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일본 총리의 취임 후 첫 방미로 이뤄진 미일 정상회담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끝났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16일 후쿠다 총리와의 정상회담이 끝난 뒤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일본 정부와 일본 국민에게는 미국이 일본인 납치 문제를 제쳐놓고 북한과 거래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음을 이해한다”며 “(미국은) 납치 문제를 결코 잊지 않을 것이며 피해자와 가족을 그냥 내버려두지 않겠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그러나 납치 문제를 해결하기 전까지는 북한을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지 말아 달라는 일본측 요청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부시 대통령의 침묵은 일본에 그 같은 약속을 해 줄 수 없음을 내비친 것이다. 이는 곧 후쿠다 총리 방미의 최대 현안이었던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문제에서 양 정상이 접점을 찾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후쿠다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핵, 미사일과 함께 납치 문제가 해결돼야 하며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문제를 포함해 일미간 연대가 중요하다”며 일본의 입장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부시 정부는 이에 따라 현재 진행중인 북 핵 시설 불능화 상황과 북한이 앞으로 제출하게 될 핵프로그램 신고서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이후 11월말 또는 12월초께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하겠다는 뜻을 미 의회에 통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북한이 실제로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빠지는 시점은 의회 통보로부터 45일이 지난 내년 1월 중순 이후가 된다.
양 정상은 인도양에서의 미군 등 다국적군 함대에 대한 일본의 급유지원 재개 문제와 관련해서도 뚜렷한 결론을 낼 수 없었다. 일본의 야당이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후쿠다 총리는 부시 대통령의 조기 재개 희망에 대해 “신 테러대책특별조치법안을 조기에 국회에서 통과시키도록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을 뿐 그 이상 더 나아가지 못했다.
전임 일본 총리의 방미 때에 비해 눈에 띄게 소원해진 미일 관계의 현주소는 공동 기자회견 형식, 후쿠다 총리에 대한 의전 등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양 정상은 기자회견에서 이견 노출을 우려한 듯 기자들의 질문을 일절 받지 않고 서둘러 회견을 마치는 어색한 모습을 연출했다.
부시 대통령의 주말 별장인 캠프데이비드에서의 회담도 없었고 후쿠다 총리는 부시 대통령과 환영 만찬 대신 미국이 수입재개를 요구하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 식단의 실무 오찬을 함께 했을 뿐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후쿠다 총리는 지독한 감기에 걸려 미일 정상회담에 임해야 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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