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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자 없이"… 줄기세포 생성 꿈 쉼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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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자 없이"… 줄기세포 생성 꿈 쉼표는 없다

입력
2007.11.22 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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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박사가 2005년 환자맞춤형 줄기세포를 만들었다고 보고했을 때 전세계는 배아줄기세포의 임상적용이 ‘미래의 꿈’에서 ‘가능성의 단계’로 뛰어올랐다며 흥분했었다.

연구가 허위로 밝혀진 이후 2,000개나 되는 난자를 쓰고도 줄기세포 수립에 실패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인간의 복제배아줄기세포는 다시 희박한 가능성으로 추락했다. 이후 세계의 연구자들은 난자를 쓰지 않고 배아줄기세포를 만드는 방법에 골몰했고, 최근 놀라울 정도의 진전된 연구성과를 발표하고 있다.

■ 난자 없이도 가능하다

생물학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학술지 <셀(cell)> 은 20일자 온라인판에서 피부세포로 배아줄기세포와 거의 유사한 세포를 만들었다는 놀라운 연구성과를 발표한다.

일본 교토대학의 시냐 야마나카 교수팀이 이끄는 일·미 공동연구팀의 성과는 “그 동안 왜 그렇게 숱한 윤리적 논란을 겪어왔는가”라는 한탄을 자아낼 만하다.

간단히 사람의 피부세포에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4가지 화학적 인자를 첨가함으로써 얻은 성과였다. 이렇게 유도된 줄기세포는 ▦배아줄기세포에서만 나오는 단백질을 만들어내고 ▦신경세포와 심근세포로 쉽게 분화되고 ▦쥐에 주사하자 암덩어리(테라토마)를 형성하는 등 전형적인 배아줄기세포의 특성을 보였다.

야마나카 교수는 “4가지 인자를 첨가해 5만개 세포에서 10개의 유사 줄기세포를 만들어냈다”며 “수율이 매우 낮은 것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지름 10㎝짜리 배양접시 하나에서 줄기세포 몇 개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지난해 <셀> 에 ‘쥐에서 유도 줄기세포 수립했다’고 발표했던 야마나카 교수팀은 이번에는 사람에게서도 같은 결과를 얻어냈다.

윤리적 논란거리인 배아를 파괴하지 않고, 복제의 가장 큰 걸림돌인 난자도 쓰지 않지만, 환자의 피부만 살짝 떼어내면 환자맞춤형 줄기세포를 만들 수 있어 획기적이다. 야마나카 교수는 “안전성 문제만 해결된다면 환자맞춤형 유도 줄기세포로 세포치료에 쓸 수도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미국 바이오기업인 어드밴스드 셀 테크놀로지(ACT)의 정영기 박사도 배아를 파괴하지 않고 배아줄기세포를 만드는 방법으로 주목을 받았었다. 그는 지난해 초기 배아에서 분열된 세포 하나만 떼어내 배아줄기세포를 만들고, 할구 하나만 뺀 나머지 배아를 개체로 탄생시키는 방법을 <네이처> 에 보고했다. 하지만 이 기술로는 환자맞춤형 줄기세포를 만들 수 없다.

사실 ACT사는 복제배아줄기세포 수립에 가장 혈안이 돼 있던 곳이다. ACT의 로버트 랜자 부사장은 황 박사의 논문조작이 밝혀진 후 “2003년 말 복제배아 줄기세포 수립 직전까지 갔었는데 황 박사의 발표로 ACT에 연구비 지원과 난자 기증이 끊겼다”며 억울해 했었다.

하지만 15, 16일 ‘국제 줄기세포 서울심포지엄’ 참석한 정 박사는 “황우석 사태 이후 미국에서 난자 기증은 거의 불가능해졌고, ACT사는 체세포복제를 통한 줄기세포연구는 유보한 상태”라고 말했다.

■ 그래도 복제를 꿈꾼다

그러나 황 박사처럼 체세포복제를 통해 환자맞춤형 줄기세포를 만들려는 꿈은 여전히 불씨가 남아 있다. 14일 <네이처> 지가 긴급히 보도자료를 배포한 미국 연구팀의 세계 최초 원숭이 복제배아줄기세포 수립 연구성과는 “이제 오직 사람만 남았다”는 강한 메시지를 외치고 있다.

과거 제럴드 섀튼 피츠버그대 교수는 “영장류의 배아는 복제할 경우 8세포기를 넘기지 못한다”고 보고했다가 2004년 이후 황 박사와 손을 잡고 원숭이 줄기세포 만들기에 주력해왔다. 하지만 성공은 섀튼이 과거 몸담았던 오리곤 건강과학대의 슈크라트 미탈리포프가 거머쥐었다.

그는 짧은꼬리 원숭이 14마리에서 304개의 난자를 추출해 35개의 배반포를 만든 뒤 2개의 줄기세포를 수립했다. 고작 0.7%의 수율이어서 “사람의 경우는 더 어렵겠다”는 그늘을 드리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빛도 동시에 비추고 있다.

연구자들은 왜 이렇게 난관이 많은 체세포복제 방식에 연연해 하는 것일까. 정 박사는 “면역거부반응을 해결할 수 있는 다른 획기적인 대안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일본 연구팀이 체세포를 줄기세포처럼 바꾸는 기술을 고안했지만 이 과정에는 유전자를 삽입하기 위한 바이러스가 필수”라며 “누가 바이러스가 든 세포를 몸 속에 주입하고 싶어하겠나”라고 반문했다.

정 박사는 “지금은 어렵지만 결국 수율을 높이는 연구를 통해 복제를 통한 환자맞춤형 줄기세포를 만들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복제배아줄기세포 연구는 여전히 세포치료와 윤리적 가치라는 두 가지 꿈과 이상 사이에서 방황중이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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