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가수에게 후배와 동료들이 마음 놓고 이용할 수 있는 공연장을 만드는 것은 거의 공통된 희망 사항이다. 얼마 전 11집 음반 <오늘, 문득…> 을 낸 가수 심수봉(52)에게도 스스로 꾸민 공연장을 갖는 것은 포기할 수 없는 숙원이었다. 오늘,>
그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 자신의 집을 허물고 지은 420평 규모의 지상 3층, 지하 1층 건물 ‘모리아’(MORIAH)를 최근 준공했다. 오랜 꿈을 이룬 셈이다. ‘모리아’는 예루살렘의 성지가 있는 산의 이름으로 고난을 극복하는 곳이란 의미가 담겨있다. 1층은 카페 겸 오가닉 푸드 전문점으로, 2층은 사무실, 3층은 자택으로 쓸 생각이다.
지하 1층 공간이 바로 공연장이다. 원형극장을 본 딴 100여평의 공간에서는 대중가요 콘서트는 물론 뮤지컬도 무대에 올릴 수 있다. 100명 정도의 관객이 들어올 수 있는 규모이고, 심수봉의 개인 연습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무대 곁에는 그의 손 때가 묻은 피아노, 드럼 등이 놓여 있다.
11집 앨범 발매를 알리는 기자간담회를 20일 이곳에서 가진 심수봉은 “무대에서 노래하고 싶을 때 못하는 아픈 경험이 많아 늘 작은 공연장을 생각해왔다”며 모리아 오픈의 감회를 밝혔다. “솔로몬이 새로 성전을 지은 곳도, 예수님이 십자가를 짊어진 곳도 모리아입니다. 스스로 정체성을 찾지 못하다가 이 건물을 지으며 완벽하게 찾았고 바로 설 수 있었죠. 비로소 한 인간의 모습을 찾아 성숙하게 됐어요.”
좋은 음식과 음악을 나눌 수 있게 됐다며 기뻐하는 그는 “음악처럼 사람의 마음을 아름답고 깨끗하게 만드는 것은 없어요. 가수가 된 것은 굉장한 힘입니다”라고 말했다.
심수봉은 장르와 세대를 초월한 뮤지션들의 열린 공간으로 모리아를 운영할 계획이다. “재즈, 클래식, CCM 뮤지션들에게 개방하고 저의 인생을 담은 노래로 채울 뮤지컬도 올리고 싶어요.”
심수봉은 24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새 앨범 발매를 기념하는 콘서트를 연다. 1978년 대학가요제 이후 30여년 동안 불렀던 히트곡들과 후배 김장훈, 타블로 등이 함께한 11집 앨범에 담긴 새로운 곡들이 연주된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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