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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한 부모… 아이들이 내팽개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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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한 부모… 아이들이 내팽개쳐진다

입력
2007.11.22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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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형제 중 둘째인 정수(10ㆍ가명)는 학교에서 돌아오면 엄마 대신 3살짜리 넷째와 젖먹이 막내 동생을 돌봤다. 엄마(34)는 정수와 동생들에게 아무 이유 없이 욕만 했고, 아빠(40)는 일이 바쁘다며 새벽에 집을 나가 한 밤중에 돌아왔다. 큰 형(12)과 셋째(8)은 집 근처 대학교 앞에서 구걸을 했다.

보다 못한 이웃들이 동사무소에 연락했고, 동사무소 사회복지사는 지난해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 아빠와 엄마를 신고했다. 엄마는 정신과 병원에서, 정수 형제들은 보육시설과 아동쉼터에서 치료를 받은 뒤 최근 다시 결합했다.

부모 등 어른들이 아이들을 방치하거나 정신적으로 괴롭히는 경우가 늘고 있어 신체적 학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아동 학대 대책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8일‘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세계 아동학대 예방의 날(19일)에 맞춰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2006년 전국 43개 아동보호 전문기관에 접수된 상담 8,903건을 분석한 결과,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지 않는 ‘방임’이 3,925건(38.8%)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정서학대’(29.8%), 신체 학대(24.9%), 성 학대(5.1%), 유기(1.4%) 등 순이었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은 보건복지부가 2001년 10월 설립해 사회복지법인인 굿네이버스가 위탁운영하고 있다.

방임 중에서는 부모가 밥이나 옷, 놀 곳이나 잠자리 등을 챙겨주지 않는 물리적 방임이 2,014건(51.3%)으로 가장 많았다. 이밖에 학교에 가든 말든 신경을 쓰지 않는 교육적 방임이 859건(21.8%), 아파도 아랑곳 않는 의료적 방임이 352건(8.9%) 등이 뒤를 이었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아이를 방치해 숨진 경우가 확인된 것만 최근 4년 간 7건이나 된다”고 안타까와 했다.

정서 학대의 유형은 이유 없이 소리지르기(1,171건), 아이들에게 공포 분위기 조성하기(1,076건), 욕설 등 언어 폭력(1,012건) 등이 있었다. 아이를 감금한 경우도 155건이었다.

전문가들은 방임과 정서적 학대는 신체적 학대에 비해 주변의 눈에 잘 드러나지 않아 만성화된 심리적 상처를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이호균 관장은 “정서적으로 학대 받는 아이들은 부모의 틀 속에 갇혀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지 못하는 경향이 뚜렷하다”며 “부모의 공격성까지 그대로 대물림 받을 경우 성인이 되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때문에 부모들에게 아이를 ‘제대로’ 키우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전체 접수 건 중 친 아버지와 친어머니의 아동 학대는 각각 2,739건과 1,321건으로 전체 77.7%를 차지했다. 서울대 곽금주(심리학) 교수는 “학대 부모에게 문제를 지적해도 ‘내가 내 아이 키우는 방식’이라며 반발하는 경우가 많다”며 “부모들은 물론 공식 학교 교육과정에서 육아 방법과 아이의 권리 등을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박관규기자 qoo7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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