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유치원생인 아들이 화장실에서 우는 소리에 황급히 달려간 주부 김모씨. 아들은 항문에서 나온 피를 보고 놀라 그 자리에 선 채 울고 있었다. 어린 아이의 항문에서 무슨 출혈이 생긴 것일까. 서둘러 아이를 데리고 전문병원을 찾은 김씨, 아들은 치열 진단을 받았다.
치질은 항문 안쪽 혈관이 늘어나 항문을 덮고 있는 점막이 함께 늘어지면서 빠져나오는 치핵, 항문 안쪽에 생긴 구멍을 통해 항문 바깥쪽 옆으로 샛길이 뚫려있는 치루, 변을 볼 때 피가 나면서 아픈 항문이 찢어지는 치열 등으로 나눠진다. 항문 질환 중 어린이에게 특히 많이 나타나는 치열에 대해 살펴보자.
■ 어린이에게는 치열 많아
대장항문 전문 대항병원이 최근 4년간(2004~2007년) 병원을 찾은 외래 환자를 분석한 결과, 매년 100명 이상의 초등학생 이하 어린이들이 항문 질환 증상을 호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아치질 증상을 질환별로 살펴보면 전체 684명 중 치열이 63.3%(433명)로 가장 많았으며 치핵 18.6%(127명), 치루 18.1%(124명) 순으로 나타났다. 어른의 경우 항문질환 중 치핵(71.4%)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치열이 19.8%로 나타나는 반면, 어린이 항문질환은 치열의 비율이 어른보다 3배나 높은 것이다.
대항병원 치질클리닉 김태형 과장은“어린이는 어른처럼 만성 질환인 치핵은 드물지만 어른보다 섬유질 섭취가 적어 변비로 인한 치열 발생이 많다”고 설명했다. 어른보다 예민한 어린이의 경우 평소 속시원하게 변을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엄마의 관심이 더욱 필요하다.
■ 변비가 주요 원인
어린이 치열은 대개 변비가 원인이다. 근육 때문에 항문이 좁아지고 변이 나올 때 항문이 어느 정도 이상 벌어지지 않아 항문이 찢어지는 상황을 말한다. 마치 고무줄처럼 탄력있던 근육조직이 실처럼 탄력없는 조직으로 섬유화된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
이 시기의 변비는 거의가 까다로운 식성 등 식습관이 올바르지 못해 발생한다. 야채를 싫어하고, 식사 양이 적거나 식사시간이 불규칙하며, 소화가 잘되는 것만 먹는 나쁜 습관 때문이다. 식이섬유가 부족할 때도 변비가 생긴다. 이런 식습관 때문에 변이 딱딱해져서 항문에 상처를 내고 치열이 생기는데, 대개 급성치열이며 만성치열로 악화하는 일은 드물다.
■ 미지근한 좌욕 치료를
우선 일상생활에서 변비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어린이들이 선호하는 햄버거나 피자 등 인스턴트 식품은 삼가야 한다. 화장실에서 책을 읽으며 오래 앉아있거나 배변시 힘을 과도하게 주지 않도록 교육시켜야 한다. 증상이 심할 경우 미지근한 물로 좌욕을 해주면 통증을 완화시킬 수 있다.
이런 요법으로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으면 손가락을 항문에 넣어 넓히는 것도 한 방법이다. 특히 어린이가 놀이방이나 유치원에 다니는 시기에 변비에 걸리지 않도록 섬유질, 수분 섭취를 충분하게 해주고 규칙적인 배변 교육을 시키면 소아치질을 예방할 수 있다.
권대익 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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