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매(집단괴롭힘)에 의한 청소년 자살 때문에 고심하고 있는 일본에서 인터넷과 휴대전화 메일을 이용한 ‘네트(Net) 이지매’가 기승을 부려 새로운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가을 센다이(仙台)시의 한 중학 3년 남학생은 학교 인터넷 게시판에 “죽어라”“이 세상에서 사라져라”라는 글이 올라온 이후 등교를 거부했다. 수사에 나선 경찰이 글을 올린 학생 2명을 적발해 가정법원에 송치했지만 학생의 등교거부는 계속됐고, 결국 전학할 수밖에 없었다.
네트 이지매는 다양하고 교묘하며 악질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해 11월 아키타(秋田)시의 중3 남학생은 포르노소설 투고 사이트에 자신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소설이 게재된 것이 알려지자 학교를 그만두었다.
남녀 교제 사이트에서 매춘 의사를 밝힌 자신의 사진을 발견하거나, 인터넷 상에 떠돌고 있는 야한 합성사진을 접해 정신적인 쇼크에 시달리는 여학생들도 있다.
네트 이지매의 중심무대는 학생들이 비밀리에 개설한 학교 사이트와 휴대전화 메일이다. 학교 체육대회에서 실수한 학생을 매도하는 글과 특정 학생을 따돌리라는 메일, 또 집요하게 금품을 요구하는 메일 등 네트워크상의 이지매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민간단체인 ‘전국 웹 카운셀러협의회’는 “최근 몇년동안 네트워크를 이용한 이지매가 급증했고, 내용도 악질화됐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어른들이 지나치기 쉬운 네트 이지매가 학생들에게 주는 상처는 일반 이지매보다 5~6배 깊다”며 사회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불법 메일 기술이 나날이 진화하고, 청소년 휴대전화 보급률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네트 이지매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일본 문부과학성에 따르면 지난해 확인된 초중고교의 이지매는 12만4,898건이다. 2005년보다 무려 6.2배가 늘어난 것으로, 이중 네트 이지매는 5,000건 가까이 파악됐다. 이지매로 학생 6명이 자살했다.
문부성 집계에서 이지매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난 것은 일본 정부가 그동안 엄격하게 적용했던 이지매의 정의를 완화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지매에 의한 자살자수가 6명으로 기록된 점에서 이지매 실태가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일본에서는 이지매에 시달리던 초중학생의 자살이 잇따라 심각한 정치적 쟁점이 될 정도였다. 위기를 느낀 일본 정부는 이지매 정의를 대폭 완화하는 등 이지매 근절을 위해 적극적인 자세로 돌아섰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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