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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앞에 전설없다/ 페더러, 현대카드 슈퍼매치 샘프러스 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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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앞에 전설없다/ 페더러, 현대카드 슈퍼매치 샘프러스 완파

입력
2007.11.22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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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테니스 팬들에게는 피트 샘프러스(36ㆍ미국)라는 절대 강자에 대한 추억이 있었다. 20일 오후 잠실 실내체육관을 찾은 중년 팬들은 90년대 중반부터 ‘무적 시대’를 연 테니스 전설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숨을 죽였다.

도저히 이길 수 없을 것 같았던 당시의 강력함은 다소 약해졌다. 하지만 아직도 매서움이 살아있는 그의 파워 서브가 코트에 꽂힐 때마다 관중들은 ‘살아있는 테니스 전설’에 대해 환호와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세계랭킹 1위 로저 페더러(26ㆍ스위스)와 역대 최고의 선수로 추앙 받는 피트 샘프러스가 맞붙은 ‘현대카드 슈퍼매치’의 승자는 역시 현역에서 전성기를 구가 중인 페더러였다. 페더러의 세트 스코어 2-0(6-4 6-3) 승.

현역 선수와 은퇴한 지 5년이 지난 ‘전설’과의 맞대결이기에 당연한 결과였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재미와 박진감이 흘렀다. 강력한 서브에 이은 네트 접근 공격을 펼치는 ‘서브 앤 발리’가 주무기인 샘프러스의 힘은 녹슬지 않았다. 샘프러스는 1세트 첫 게임을 페더러에게 힘없이 내줬지만 자신이 잡은 첫번째 서브 게임에서 에이스를 두 번 연속 터트리며 ‘나 아직 살아 있음’을 당당히 외쳤다.

관중들의 응원 소리는 점점 은퇴한 샘프러스에게 향했다. 전매특허인 서브 앤 발리를 멋지게 구사할 때마다 경기장을 찾은 올드 팬들은 왕년의 특급 스타에 대한 향수를 만끽하며 파이팅을 외쳤다.

가벼운 표정으로 임했던 페더러 역시 정신을 차리고 진지하게 응수했다. 페더러는 네트 접근 공격을 펼치는 샘프러스에 고전했지만 스트로크의 우위를 앞세워 자신의 대선배이자 우상을 2-0으로 제압했다.

평일 저녁으로 비교적 이른 시간(오후6시)에 열려 다소 빈 관중석이 눈에 띄었지만 경기장의 열기는 토너먼트 결승전 못지 않은 열기로 가득했다. 동시대 최고의 거장들이 뿜어내는 ‘명품 테니스’의 향연에 아이부터 어른까지 깊은 탄성을 내지를 수밖에 없었다.

샘프러스는 경기 뒤 “경기력을 끝까지 유지하기 힘들었지만 만족할 만한 경기였다. 내가 경쟁력이 있다는 걸 확인했고 페더러도 땀 좀 흘렸을 것”이라며 웃음 지었다. 페더러 역시 “샘프러스의 서브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여전히 강했다. 경기를 즐길 수 있었고 나머지 아시아 투어 경기가 기대된다”고 만족스러워 했다. 샘프러스와 페더러의 이벤트 매치는 22일(말레이시아)과 24일(마카오)까지 이어진다.

김기범 기자 kik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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