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대선을 좌우할 것이라는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BBK 주가조작' 연루 의혹이 고비를 넘긴 듯하다. 전문가도 이해하기 힘든 논란에서 이 후보가 얼마나 풀려났는지, 반대로 더 얽혔는지 분명하게 헤아린 결론이 아니다.
그보다 갑론을박에 뒤엉켜 수다스레 떠든 것이 머쓱할 정도로 당사자들의 모호한 주장에 갈피를 못 잡거나 짜증 내는 국민이 많은 듯해서다. 시비를 엄정하게 가려 대선의 공정성을 지킬 중책을 맡은 검찰은 흔히 '법과 정의'보다 명쾌한 국민의 분별을 두렵게 여기고 사건을 처리해야 할 것이다.
이 후보를 편든다는 의심을 무릅쓰고 고비를 넘겼다고 보는 이유는 김경준씨 쪽의 고발이 진정성을 수긍하기에는 여러 곳이 허술한 때문이다.
이 후보가 BBK의 실제 주인임을 입증하는 이면계약서를 공개하겠다던 김씨 누나 에리카 김이 어제 LA 기자회견에 김씨 부인을 대신 내보낸 때문이 아니다. 미국 사법당국이 김씨의 위조ㆍ사기 범죄의 공범으로 사법 처리한 자신의 처지를 고려해 뒷전에 물러앉을 수 있다.
그의 주장을 열심히 옮긴 일부 언론은 그런 분별도 없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결정적 증거라는 이면계약서 원본을 김씨가 직접 검찰에 제출하지 않고 미국에서 공개한 점이다. '증거조작' 우려 등을 거론하지만, 우리 사법체계 바깥에서 '장외변론'을 꾀하는 모습이 두드러진다.
물론 이런 법적 싸움의 기술을 탓할 것만은 아니다. 이 후보가 BBK의 실제 자본주라고 입증하면, 김씨는 주가조작 주범에서 공범으로 간주돼 처벌이 얼마간 경감될 수도 있다.
또 이 후보가 김씨의 범죄 행각에 연루되지는 않았겠지만, 동업관계에 얽힌 도의적 책임은 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렇게 볼 때, 역시 관건은 검찰의 엄정한 수사와 사회의 냉철한 평가다.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것은 김씨 쪽의 의도적인 늑장 증거 공개로 검찰의 수사 결론이 대선 투표에 임박해서 나오는 것이다. 검찰 뿐 아니라 이 후보와 유권자들도 어떤 고려와 선택을 해야 옳은지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