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자 등록일(25,26일)은 검찰 수사의 변수가 될 수 있을까.
전 BBK 대표 김경준(41)씨와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에 대한 수사종결 시점이 안갯속으로 빠져들 전망이다. 당초 26일 이전 종결 가능성이 높게 제기됐으나 “물리적으로 수사 완료가 어렵다”는 검찰 고위 관계자의 발언이 나오면서 수사 경과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게 됐다.
최근의 검찰 수사는 그야말로 ‘속도전’이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최재경 특수1부장)은 19일 BBK에 수십억~수백억원을 투자했던 삼성생명, 심텍, ㈜다스, 오리엔스캐피탈 등의 관계자들을 무더기로 소환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김씨의 국내 송환 전부터 BBK 자금담당 직원과 회계담당 과장, 김씨가 재직했던 증권사 관계자들, 옵셔널벤처스 공시 담당자 및 여직원 등을 속속 소환 조사했다. 이 후보의 비서였던 이모씨와 최측근인 김백준 전 서울메트로 감사 등 ‘대어급’ 참고인들도 이미 검찰 조사를 마쳤다. 예상보다 훨씬 빠른 수사 속도다.
이와 관련해 검찰 안팎에서는 현실적, 정치적 부담을 고려해 대선 후보 등록일 이전에 수사를 마치기 위한 조치가 아니냐는 관측이 강하게 제기됐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정상명 검찰총장의 퇴임일인 23일을 ‘디데이’로 보는 시각도 있었다. 이번 수사에 ‘정상명 작품’이라는 도장을 찍어둘 경우 임채진 차기 검찰총장 체제 출범 이후 검찰의 정치적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검찰 고위 관계자가 “26일 이전에 수사를 완료하기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천명하면서 수사종결 시점은 점치기조차 어렵게 됐다.
실제 수사 조기종결에는 난관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이 후보에 대한 조사 여부가 불투명하다. 이 후보에 대한 조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사건의 복잡한 성격상 조사 방법론에 대한 문제가 대두된다.
한나라당이 “이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검찰 조사에 응할 것”이라고 공언한 점을 감안할 때 소환 조사는 사실상 어려울 전망이다. 이 후보에 대한 조사 없이 중간 수사결과를 내놓을 경우에는 신뢰를 얻기가 쉽지 않다.
김씨가 물증이라고 주장하는 서류의 진위 여부를 가리기 위한 검증 시간도 필요하다. 김씨의 누나인 재미교포 변호사 에리카 김과 부인 이보라씨가 19일 항공우편을 통해 보내온 서류 박스 2개의 진위 여부를 규명하는데 만도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다.
검찰 고위 관계자가 26일 이전 수사결과 발표 가능성이 낮다는 입장을 밝힌 것도 이처럼 산적한 난제들을 무시하기 어려웠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후보 등록일을 넘길 경우 수사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겠느냐는 의문도 적지 않다. 대선 후보 등록이 완료되면 정당 입장에서는 후보 교체가 불가능해진다. 검찰이 이 후보측에 불리한 결과를 내놓는다 하더라도 한나라당은 이 결과를 그대로 떠안고 대선을 치러야 한다. 수사결과 발표 시점이 대선에 가까울수록 한나라당의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될 수 있다.
이 경우 검찰도 대선에 개입하려는 ‘정치검찰’이라는 비판을 고스란히 감수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후보 등록일 이전에 수사결과를 발표하지 못할 경우 아예 수사결과 발표가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검찰이 이런 저런 부담을 피하기 위해 김씨 부분만 처리하고 이 후보 연루 의혹 부분은 수사를 사실상 유보할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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