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의 통합 협상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민주당은 독자적으로 대선을 치르겠다고 천명했고, 신당 내부의 이해관계는 여전히 충돌하고 있다. 물론 양당 일각엔 막판 타결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남아있긴 하다.
민주당은 20일 이인제 후보의 긴급 기자회견과 신당에 대한 규탄대회를 여는 등 전체적으로 격앙된 분위기였다. 신당이 대선후보와 당 대표가 서명한 합의문을 휴지조각으로 만들었다는 이유였다.
이인제 후보는 대선 독자출마를 선언하면서 "통합 없는 후보 단일화는 없다"고 못박았다. 합당이 불발에 그친 만큼 후보 단일화의 여지도 없다는 뜻이다.
당직자들 사이에선 "신당은 속임수와 배신의 정당이자 태생적으로 한계가 있는 정당"(박상천 대표), "신당은 결혼 약속을 발표해놓고 동네 처녀들을 다 건드리고 침 바르며 카사노바 흉내를 내고 있다"(유종필 대변인)는 독설과 비난이 쏟아졌다.
그런데 신당 내부에선 여전히 극명한 입장 차이가 노정됐다. 통합에 적극적인 정동영 후보측과 4자 합의 반발 세력들은 민주당과의 협상 결렬에 대한 접근법이 달랐다.
정 후보의 한 측근의원은 "협상이 막바지에 다다르면 진통이 있기 마련 아니냐"며 통합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않았다. 반면 소장개혁파 의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와의 정책연대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과의 합당을 통해 호남권 지지를 우선 규합할 것인지, 아니면 반(反)한나라당 진영의 진보ㆍ개혁 색채 강화를 우선할 것인지에 대한 이견인 셈이다.
이처럼 양당간 통합 및 후보 단일화 논의는 성사 가능성이 점차 희박해지고 있다. 대선일정과 정당법상 절차를 감안하면 늦어도 21일까지는 협상을 마무리지어야 한다.
그래야 통합신고 시한이자 후보등록 전날인 24일까지 후보단일화 토론회와 여론조사를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신당에 대한 배신감을 토로하고 있고, 신당은 정파간 노선 차이로 인해 정 후보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 같은 이유 때문에 극적인 타결 가능성을 점치는 이들도 있다. 당초 협상 라인이었던 신당 이용희 국회부의장과 민주당 박상천 대표가 물밑 접촉에 나섰고, 신당 정대철 상임고문도 양측 핵심인사들을 두루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양측의 협상이 진전되더라도 합당 보다는 후보 단일화 문제에 집중될 개연성이 높아 보인다. 민주당으로서는 대등한 지분을 보장받지 못할 경우 합당을 서두를 이유가 없고, 신당 내부의 이견도 단시간 내에 조정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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