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국민연금의 자산운용이 선진국에 비해 매우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하는 보고서를 냈다. 지난해 자산운용 수익률이 4.93%(시가기준 5.77%)로 비교 분석한 8개 국가 가운데 일본(3.04%)에 이어 가장 낮았다.
미국(캘퍼스)은 15.7%, 캐나다(CPP)는 15.5%로 국민연금의 3배가 넘는다. 기금 운용수익률이 1%포인트만 올라도 2047년으로 예상하는 기금 고갈 시점을 3∼4년 늦출 수 있다고 하니 더욱 답답한 일이다.
이유는 여러 가지겠지만, 관리 책임을 맡은 주무부서인 보건복지부가 복지사업에 활용하는 것을 KDI는 문제 삼았다. 대표적으로 민간보육시설 및 노인시설 등에 대한 융자사업을 시행했으나 대여 이자율이 3.6%에 불과해 다른 곳에 투자했을 경우와 비교한 기회비용 손실이 크다는 얘기다.
이런 복지사업은 기금 투자원칙에도 위배될 뿐 아니라 복지부 예산으로 해결해야 하는 업무다. 한마디로 국민의 노후가 걸린 귀중한 재산을 복지부가 자기 돈 쓰듯이 하고 있는 셈이다.
국민연금기금 운용 방향을 결정하는 기금운용위원회를 민간 독립기구화하고, 산하에 기금운용공사를 설립하는 개편안이 나온 배경이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정부가 기금운용위원회를 슬그머니 대통령 직속기구로 바꾸어 논란이 일고 있다. 9월에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변재진 복지부 장관은 공공성만을 강조해 수익성을 저해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다시 공익성 논리를 내세우며 기금운용을 민간 독립기구에 완전히 맡길 수는 없다고 하니 앞뒤가 맞지 않는다. 민간 독립기구화 하더라도 거기에는 당연직으로 정부 관계자들이 다수 참여하기 때문에 민간에게 모두 맡기는 것도 아니다.
결국 기금운용 권한을 계속 정부가 틀어쥐고 있겠다는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200조원이 넘는 기금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서나 기금이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생각해서도 기금 운용은 민간전문가가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독립기구에 맡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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