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30일 남겨두고 정치권의 모든 시선이 검찰의 일거수 일투족에 쏠리고 있다. 검찰이 ‘BBK 의혹’에 대해 어떤 수사 결과를 내놓을 지에 따라 대선 정국이 요동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후보등록일 (25,26일) 이전에 나올 것으로 예고된 검찰의 결정이 사실상 대선 판도를 가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이 후보 혐의 없음 결론 나올 경우
검찰이 이 후보에게 제기됐던 옵셔널벤처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이나 다스의 차명 보유 의혹 등에 대해 혐의가 없다는 수사 결과를 내놓는다면 이 후보는 대선 고지의 7부 능선을 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대선 최후의 변수가 해소되면서 ‘이명박 대세론’이 날개를 달며 탄력을 받게 된다. 이 전 총재의 출마로 40% 안팎으로 떨어졌던 지지율이 50%대 이상으로 회복되며 대세론을 굳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 후보측 핵심 인사는 “BBK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는 마지막 남은 고비”라며 “이 고비만 넘긴다면 사실상 대선은 싱거운 승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측으로선 금상첨화의 시나리오다.
이 전 총재는 지지율의 추가 상승 동력을 상실할 가능성이 크다. 이 후보의 의혹이 해소됐다면 보수층의 표심이 이 전 총재보다는 이 후보쪽으로 쏠릴 것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이 전 총재는 후보 사퇴를 고민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릴 수도 있다. 확실한 정권교체를 위해 이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고 사퇴하라는 보수층의 압력이 거셀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이 전 총재 본인이 언급한 ‘살신성인’과 맞아 떨어지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이 후보의 갖가지 의혹을 제기해온 범여권도 타격을 피할 수 없다. 특히 검찰 수사 결과가 이 후보에게 유리한 쪽으로 나온다면, 범여권이 막판 극적으로 후보단일화를 이뤄낸다 하더라도 그 파괴력은 미미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 검찰이 애매모호한 결론을 낼 경우
검찰이 지난 8월 이 후보 차명 보유 의혹이 있던 서울 도곡동 땅 수사 발표때처럼 애매모호한 수사 결과를 내놓는 경우도 예상해 볼 수 있다. 이를테면 정황상 연루 의혹이 있어 보이긴 하지만 물증 등으로 확인하지는 못했다는 식의 수사 결과다.
이 경우에는 BBK 의혹을 둘러싸고 이 후보와 이 전 총재, 범여권간 논란과 충돌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선거 막판까지 네거티브 선거전이 지속되는 것이다. 이 와중에 이 후보는 의혹을 둘러싼 논란으로 인해 타격을 면하기는 어렵다.
특히 이 전 총재측이 집요하게 이 후보의 불안감을 파고들며 공세를 편다면 양측간 보수 표심을 얻기 위한 경쟁이 막판까지 치열하게 전개 될 수도 있다. 혼전 양상이 펼쳐지는 것이다. 이 경우 범여권은 야권의 극심한 분열을 통해 어부지리를 노려볼 수도 있다.
이 후보측이 애매한 수사 결과 발표를 경계하는 것도 이런 상황을 우려해서다. 이 후보 측근인 박형준 대변인은 “검찰의 수사는 범죄혐의에 대해 하는 것”이라며 “혐의가 있으면 있고 없으면 없는 것이지 추정식의 모호한 수사 결과 발표는 결코 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애매한 수사 결과 발표야 말로 검찰의 정치개입이라고 압박하는 것이다.
■ 이명박 후보 연루 의혹 확인 경우
검찰이 이 후보 관련 의혹에 대해 “혐의가 있다”는 결론을 내놓는다면 대선 정국은 급격한 소용돌이에 빠지며 예측불허의 상황이 전개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이 후보의 치명적 타격을 예상할 수 있다. 검찰이 혐의가 있다는 판단을 했다면 이는 기소로 이어지게 되고, 이는 당장 한나라당 내에서 후보자격 논란과 함께 후보교체 논란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
한나라당 당헌ㆍ당규에는 뇌물과 불법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와 관련돼 기소된 경우에는 당원권을 정지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 규정에 해당 돼 당원권이 정지된다면 후보 자격은 상실된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징계에 대한 집행 취소 및 정지 규정’을 들어 후보 자격 상실은 있을 수 없다고 설명한다.
나경원 대변인은 18일 “특별한 사유가 있을 경우 최고위원회 의결을 거쳐 당원권 정지 등 징계처분을 취소ㆍ정지 할 수 있도록 돼 있다”며 “따라서 만에 하나 기소되더라도 공작정치에 의한 부당한 기소인 만큼 당연히 최고위 의결에 따라 당원권 정지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후보의 지지율이 정권교체가 힘들어지는 상황까지 급락한다면 당내에서 후보교체론이 불거질 수 있다. 물론 이 경우도 후보등록 기간인 25,26일이 지나면 불가능하다. 선거법상 정당은 후보를 등록한 이후에는 취소 또는 변경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후보가 곤욕을 치르는 사이 이회창 전 총재는 보수층의 대안으로 급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정권교체를 제1의 명분으로 삼는 보수층이 이 후보로는 어렵다는 판단을 하고 한나라당의 지지층과 의원들이 이 전 총재쪽으로 연쇄 이동할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는 이 전 총재가 뒤늦게 출마하면서 은근히 기대했던 상황인 셈이다.
범여권도 나름대로 반전의 계기를 잡을 수 있다. 특히 이 후보의 하락세와 맞물려 범여권 단일화가 극적으로 성사 된다면 일방적 수세 국면에서 한번 붙어볼 상황으로 반전시킬 가능성을 점쳐 볼 수 있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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