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아파트 급증 등 지방 건설경기의 침체로 중소 건설업체의 도산이 줄을 이으면서 지역경제가 큰 타격을 입고있다고 한다.
엊그제만 해도 시공능력 131위인 충남의 KT건설 등 3개사가 한꺼번에 최종 부도처리되는 등 이 달 들어 10개 업체가 도산했고, 올 들어선 시공능력 57위의 중견업체 신일을 비롯해 모두 89개사가 쓰러졌다. 특히 하반기 들어 부도업체가 4개월 연속 두 자릿수를 기록해 연말까지 지난해 규모(106개사)를 넘을 것이라고 한다.
1차적 요인과 책임은 물론 해당 업체에 있다. 쉽게 말해 주택수요는 부진한데도 과당경쟁 등으로 공급만 늘리다 보니 지방의 미분양ㆍ미입주ㆍ미계약 아파트가 9만채 가까이 쌓이고 이로 인해 자금난에 봉착한 것이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정부의 근시안적이고 과도한 부동산 규제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9월에 지방권 투기과열지구 해제 등의 처방을 내놓았으나 시기가 이미 늦었고 약효는 미미하다.
한국은행이 지난 달 전국 12개 지역본부를 통해 실상을 모니터링한 결과를 보면 이 점은 더욱 분명해진다. 2003년 이후 시행된 각종 부동산 시장 안정대책으로 주택수요 자체가 크게 위축됐고, 대형 건설업체들이 수도권에 집중된 규제를 피해 지방으로 진출하는 바람에 공급과잉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또 최저낙찰제 적용 확대 등 중소 건설업체들에게 불리한 제도도 많이 늘어났다고 한다. 수도권 집중을 억제하려는 정책이 오히려 지방을 못 살게 만드는 역설적 상황이 발생한 셈이다.
한은이 우려하는 것은 지방 건설경기의 침체가 소비와 고용회복의 걸림돌로 작용해 지역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는 점이다. 혁신도시 등 국가 균형발전 차원의 대규모 개발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곳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여타 지역은 획기적인 조치가 없는 한 체감경기가 갈수록 얼어붙을 것이라는 얘기다.
무분별한 건설업체 난립과 과당경쟁에 따른 부도사태에 일희일비할 것은 아니나, 시장의 복잡한 생리를 얕잡아보는 거칠고 무딘 정책의 피해자는 늘 약자임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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