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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수가전 격세지감

입력
2007.11.2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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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전화기요? 누가 요즘 그걸 사요. 휴대폰이 있는데…”

연말 결혼을 앞둔 딸과 함께 혼수 가전 매장을 찾은 김지숙(56)씨는 세대 차이를 실감했다. 딸이 예전 생활 필수품인 유선 전화기나 진공청소기, 쌀통 등은 안중에도 없었기 때문. 김씨가 딸과 돌아본 매장은 비데, 음식물쓰레기 처리기, 와인냉장고 같은 첨단 제품들을 파는 코너가 대부분이었다.

혼수가전이 세대교체를 시작했다. 유선 전화기나 비디오 카세트 레코더(VCR), 가스레인지 등 전통 혼수로 분류된 제품들은 뒷전으로 밀려난 반면, 로봇청소기 식기세척기 같은 도우미 역할을 수행하는 기능성 제품들이 혼수가전 진열대를 점령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최근 아파트와 오피스텔 상당수가 가정에서 쓰는 가전제품들을 빌트인으로 구비하고 있어 신혼 부부들이 굳이 전통 혼수가전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예전과 달리 갈수록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는 것도 기능성 가전 판매를 증가시키는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개인 취미생활을 즐기려는 신혼 커플들이 증가해 여가와 관련된 디지털 카메라나 내비게이터 등 정보기술(IT) 기기들에 대한 선호도는 오히려 부쩍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최근 한 인터넷 쇼핑몰이 회원 3,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가장 선호하는 혼수 제품으로 로봇청소기, 음식물처리기, 멀티오븐레인지가 나란히 1~3위를 차지했다.

그 뒤로 와인셀러와 에스프레소머신이 꼽혔다. 웰빙에 관심이 많은 신혼 커플은 공기 중의 각종 박테리아나 인체에 해로운 미생물 등을 제거해 주는 공기청정기도 선호한다. 2세를 계획하고 있는 예비 부부에게는 디지털캠코더도 인기 품목이다.

이런 성향을 반영하듯 가전 업체들도 최근 다양한 가격대로 혼수가전 제품들을 출시해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런 유행은 매출 실적으로 반영돼 올해 가을 CJ홈쇼핑에서 파는 음식물쓰레기 처리기와 로봇 청소기의 판매량은 예년에 비해 20% 가량 늘었다. 회사측은 결혼 시즌으로 접어드는 내년 봄이면 판매량이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이마트의 경우 음식물 쓰레기 처리기가 올해 하반기에 인기를 끌면서 월 판매량이 전월에 비해 최고 50%까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테크노마트 관계자는 “아파트 빌트인 품목이 늘어나는데다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비중을 주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혼수가전도 생활필수품에서 편의성과 취미를 즐길 수 있는 방향으로 급속히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허재경 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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