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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LNG선 생산 현장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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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LNG선 생산 현장에 가다

입력
2007.11.22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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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경남 거제시 신현읍에 위치한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의 LNG(액화천연가스)선 내부. LNG을 담는 가로ㆍ세로ㆍ높이 40m(6만4,000㎥)의 정방형 화물창의 벽과 천정에는 '스파이더 로봇'들이 달라 붙어 '지이~' 소리를 내며 용접을 하고 있었다. 마치 영화 속 스파이더맨이 벽면을 기어 다니는 것처럼 네 다리를 움직여 이동하면서 선박 내부 용접을 하고 있었다.

기체를 600분의 1로 압축시켜 액화시키는 영하 163℃의 온도에 견뎌야 하는 화물창에는 '눈곱만큼'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다. 이런 악조건에서 24시간 일할 수 있는 스파이더 로봇은 삼성중공업의 LNG선 건조능력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린 일등 공신이다.

현재 스파이더 로봇 등 삼성중공업의 자동화율은 65%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선박을 만드는 데 필요한 용접길이가 100m라면 65m를 사람이 아닌 로봇이 하는 셈이다.

조선업을 굴뚝산업으로 보면 큰 오산이다. 최첨단 로봇과 기술을 속속 도입해 '2010년 한국을 따라잡겠다'는 중국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있다. 삼성중공업의 자동화 수준은 50년 전 유럽 조선을 제친 미쓰비시(三菱)중공업(62%)을 앞서는 수준이다. 그 중심에는 김재훈 소장(상무)이 이끄는 산업기술연구소가 있다.

조선분야는 자동화가 상당히 까다롭다. 자동차의 경우 정형화된 틀 안에서 동일한 작업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반면, 조선은 선박 크기가 대부분 다르고, 같은 선박이라도 선주 의도에 따라 설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자동화율 65%가 다른 업종의 100% 자동화와 맞먹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항공공학을 전공한 김 소장은 "항공과 조선 모두 유체역학을 이용하기 때문에 비슷하다"면서도 "조선 자동화는 안전, 품질, 생산성에 좀 더 무게가 실리는 점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파이프 검사ㆍ청소 로봇은 지름 40㎝ 크기의 비좁은 파이프 안에 사람 대신 들어가 용접 부위를 검사하고 갈아낸다. 과거에는 사람이 들어가 작업을 했는데 질식사고가 자주 났었다. '피곤함을 모르는' 로봇은 용접품질을 동일한 수준으로 끌어올린다.

생산성도 휠씬 높아졌다. 로봇은 10년간 공들여 키운 숙련공 수준이다. 화물창 내부에서 가로 3m, 세로 1m의 스테인리스 패널을 스파이더 로봇이 작업할 경우 하루에 80m를 용접한다. 사람보다 최대 8배까지 일을 많이 하는 셈이다.

김 상무는 이 달 7일 이런 공로를 인정 받아 '삼성 펠로우(Fellow)' 상을 받았다. '사내 노벨상'으로 불리는 이 상은 삼성그룹의 기술력을 대표할 수 있는 최고 인력에 부여하는 상으로, 통상 매년 2~3명이 받던 것과 달리 올해에는 김 소장만이 영예를 안았다.

최고 수준의 자동화 시스템은 효율 향상으로 나타나 삼성중공업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4분기 1.8%에서 올해 1분기 4.2%, 2분기 5.2%, 3분기 5.9%로 높아지고 있다.

거제=박기수 기자 bless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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