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시절에도 골목길에 미싱 한 대를 내놓고서라도 옷 만들기를 계속했습니다. 다만, 한동안 대중의 시선 밖에 서 있었다면 이제 그 안으로 들어갈 자신감이 생긴거죠.”
패션디자이너 홍미화씨가 오랜 동면을 끝내고 패션현장으로 돌아온다. 23~27일 신세계백화점 본점 10층 문화홀에서 열리는 패션작업전 ‘창조적 진화(Creative Evolution)’를 통해서다. 2004 봄여름 파리컬렉션을 끝으로 대중의 시선 밖으로 사라진 지 꼭 4년. 신세계백화점 개점 77주년 기념을 겸한 이 전시에서 홍씨는 20여년에 걸친 작업세계를 회고하는 한편 오트쿠틔르(고급 맞춤복) 디자이너로의 변신도 선언한다.
“패션계에서 한발자국 뒤로 물러나 있으면서 디자이너의 독창성을 강화하려면 오트쿠틔르로 전향하는 것이 옳다는 판단을 하게 됐어요. 기성복은 서브브랜드 개념으로 풀어나가는 대신 내년 초에는 파리 오트쿠틔르에 진출할 계획입니다.”
전시에는 홍씨가 ㈜데코의 ‘텔레그라프’를 끝으로 독립하면서 1993년 처음 열었던 파리 벵센숲 패션쇼를 비롯, 마지막 쇼였던 2004 봄여름 컬렉션 작업까지를 연도별로 선보인다. 긴 세월을 포괄하다보니 어떤 시즌 작업은 다 팔려 남아있지 않고 어떤 시즌은 터무니없이 여러 벌을 선보이게 되는 등 편차가 있지만 100여벌에 달하는 전시작에는 인간과 자연의 소통을 추구하는 ‘미화 홍’ 브랜드만의 고유한 숨결이 담겼다.
홍씨는 “패션계에서 벗어나 있는 동안 회사(미화인터내셔널)가 경제적으로 큰 곤란을 겪으면서 결국 문을 닫았지만 덕분에 양수리 전원주택에서 자연과 함께 호흡하는 시간을 가졌다”며 “훨씬 건강해지고 자연색이 강해진 홍미화를 이번 전시에서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씨는 현재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미화홍 매장 한 곳을 두고 있으며 12월부터 CJ홈쇼핑을 통해 침구브랜드를 새로 선보인다.
전시에는 자연주의 첼리스트로 알려진 도완녀씨의 연주도 곁들여지며, ‘창조적 진화’라는 주제로 관람객들이 디자이너와 대화하는 시간도 마련된다.
이성희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