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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 '신형엔진' 떠오른 난창을 가다/ '흑묘백묘'의 도시, 고성장을 움켜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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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 '신형엔진' 떠오른 난창을 가다/ '흑묘백묘'의 도시, 고성장을 움켜잡다

입력
2007.11.22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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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중부 내륙 장시(江西)성의 성도 난창(南昌)시에서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흰 고양이, 검은 고양이 조각상이다.

난창 8ㆍ1 대교 위의 이 조각상은 “흰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덩샤오핑(鄧小平)의 흑묘백묘(黑猫白猫)론을 상징한다. 문화대혁명 시절 덩샤오핑이 난창 트랙터 수리공장으로 쫓겨와 실용주의 노선을 구상했던 것을 기념하는 것으로 난창의 분위기를 집약하고 있다.

철저한 실용주의적 분위기는 난창을 5년마다 소득이 2배로 증가하는 고성장 지역으로 탈바꿈시켰다. 해안선이 없는 내륙이어서 오랫동안 낙후했던 시가지는 이제 공사판이 됐다. 몇 년 전만해도 외자기업을 찾아볼 수 없었던 난창에는 현재 세계 500대 기업 중 미 자동차 업체 포드를 비롯한 27개 기업이 들어와 있다. 2006년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고성장하는 세계 10대 도시를 선정하면서 중국에서는 유일하게 난창을 포함시킬 정도이다.

위신롱 장시(江西)성 난창(南昌)시 공산당 서기는 12일 “우리는 외자 기업에 특별한 특혜를 주지는 않는다”며 “다만 외국기업들이 난창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도울 뿐”이라고 말했다. 관심있는 기업만 받겠다는 자신감이 엿보인다.

난창은 외자 기업들을 유혹하기 충분한 입지조건을 갖추었다. 해안선을 끼고 있지 않은 내륙이지만 사통팔달의 지역이다. 난창은 상하이(上海)까지 자동차로 8시간, 광저우(廣州)까지 8시간 거리에 있는 것은 물론 중국 내륙 주요 거점지역인 우한(武漢)까지는 4시간, 창사(長沙)까지는 4시간 거리이다. 물류 거점으로 이만한 곳이 없다는 게 난창시의 설명이다. 또 전력과 물이 풍부해 전통ㆍ첨단 산업은 물론 내륙지방의 주력 산업인 농산물, 농가공 및 농기계 산업 등도 유망하다.

미 포드사와 합작중인 장링(江鈴)자동차의 천위앤칭(陳遠淸) 총재는 “해안과 내륙의 징검다리인 이곳의 입지조건으로 인해 자원뿐 아니라 인력을 구하기 쉽다”며 “장쑤, 저장 등 해안지역의 고급 인력은 물론 우한 등 내륙 지역의 인력도 쉽게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난창의 인건비 수준은 상하이(上海)의 70% 수준이다.

아울러 난창의 수비수준이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12일 밤 난창 시내의 카페를 찾았는데 월요일인데도 젊은 직장인과 대학생 300여명이 100평 규모의 카페를 가득 채우고 고급 양주를 마시고 있었다. 이 지역 내수를 겨냥한 투자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난창의 경우 아직은 동남부 연안 지역보다 인프라, 시장 규모 등에서 열세라는 점 때문에 외국 자본은 현지 투자에 비교적 신중한 편이다. 난창의 외자들은 중국 전체 시장의 거점으로 난창을 설정하기보다는 난창 특성에 적합한 맞춤형 투자를 진행한다.

포드가 장링자동차와 합작을 진행하지만 승용차가 아닌 승합차 등 상용차만을 생산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또 인도의 트랙터 업체가 내륙의 농기계 시장을 겨냥해 합작 파트너를 찾다 이곳을 선택한 것처럼 외자 기업들은 철저한 시장 조사를 진행한 뒤 난창의 입주를 결정하고 있다. 한국기업의 경우 베이징 등 중국 동북부와는 달리 난창에서는 한국 기업의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난창(南昌)=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 난창 투자기업들의 조언 "철저한 조사 기반 맞춤투자전략 필요"

난창(南昌)에 입주한 인도의 세계적 농기계 제조업체 마한드라의 하리쉬 차반 이사는 “농기계시장이 매년 60~70% 성장하는 이곳이야말로 우리에게는 신천지”라고 말한다. 그는 “내가 개인적으로 투자를 한다하더라도 이곳에 투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4,200대의 트랙터를 생산할 마힌드라 난창 공장의 1일 생산량은 23~27대 수준이다. 2005년 4대 수준에서 급신장한 것으로 난창의 노동력 질을 상징한다.

난창시정부와 하수도처리장을 건설해 운용중인 베를린워터의 안드레아스 오토 난창청산호하수처리유한공사 총경리는 “개발이 늦은 난창 등 내륙 지역은 개발과 환경 보호정책을 동시에 진행하기 때문에 환경산업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과 같은 환경 산업 후발 주자들이 개발이 어느 정도 완료된 동남 해안 지역보다는 내륙지역에 주목해야 한다는 말로 들렸다.

구리 호일을 생산하는 미국 업체 예이츠의 스튜어트 클락슨 이사의 조언은 시장 조사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예이츠는 동(銅)호일 생산의 해외 기지 건설을 고민하다가 난창의 동 생산 가공업체 장통(江銅)그룹에 주목했고, 원자재의 안전한 확보와 시장규모 등에서 우월한 조건을 갖춘 이곳에 투자를 결정했다. 클락슨 이사는 “합작은 예이츠가 먼저 장통그룹을 찾아 제의했고 합작 결과에도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난창에서 성공적인 실적을 쌓는 외자 기업들은 한결같이 장시(江西)성과 난창에 대한 철저한 입지, 시장조사를 진행한 뒤 맞춤형 투자를 결정했다. 지하자원 등 원자재확보, 시장 전망 등을 사전에 철저히 파악한 뒤 내려진 투자 결정만이 조건이 열악한 내륙지역에서 성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인 듯하다.

난창(南昌)=이영섭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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