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상드르 라크루아 / 마음산책무한의 맛에 취한 예술가들 '이슬처럼 차고 뜨거운 장르'
흥미로운 책이다. '술 중에서 가장 독한 술이 예술'이라고도 하지만 술과 예술, 취기의 경험이 예술가와 작품에 미친 영향이라는 주제를 시대적, 문학적 맥락에서 풀어낸 방식이 신선하다. 저자인 프랑스 소설가 알렉상드르 라크루아(32)는 "오늘날 문학은 술에 절어있다"고 말문을 연다.
그 오늘날은 보들레르가 <인공낙원> 초판을 출간한 1858년이 기점이다. '알코올 중독'이라는 말이 최초로 사전에 실린 해이기도 했다. "끊임없이 취해야 한다. 그런데 무엇에 취한단 말인가? 술이건 시건 덕성이건 그대 좋을 대로 취할 일이다." 보들레르에게 그것들은 한가지로 "무한의 맛"이었다. 라크루아는 보들레르 이후의 서구 예술가들이 이 무한의 맛에 취해 이룩한 인공낙원을 맛보여준다. 인공낙원>
포, 조이스, 스콧 피츠제럴드는 생명을 재촉할 정도로 술에 탐닉했던 작가들이다. 브레히트, 졸라, 부코우스키, 바타이유 등도 저자의 탐험 대상이다. <연인> 의 작가 뒤라스는 하루 6리터씩 포도주를 마셔가며 작품을 썼다. "일종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으니까, 난 나 자신이 완전히 해체되는 걸 보고 있었다." 그들은 술에서 자신의 의식의 모험을, '나 자신을 돌아보고 있는 나'(폴 발레리)를 보려 했던 것이다. 연인>
우리 시인 최영철(51)의 시 '소주'가 생각난다. '어느새 나는 이슬처럼 차고 뜨거운 장르에 왔다/ 소주는 차고 뜨거운 것만이 아니라/ 격정의 시간을 건너온 고요한 이력이 있다/.../ 어디 불 같은 바람만으로 되는 것이냐고/ 함부로 내지른 토악질로 여기까지 오려고/ 차가운 것을 버리고 뜨거운 것을 버렸다/ 물방울 하나 남아 속살 환히 비친다/ 소주는 차고 뜨거운 것만 아니라/ 불순의 시간을 견딘 폐허 같은 주름이 있다/ 오래 삭아 쉽게 불그레진 청춘이/ 남은 저를 다 마셔 달라고 기다린다'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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