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지 사전 유출로 평지풍파를 일으켰던 김포외고 사태가 20일부정 응시생들에 대한 합격 취소통보를 끝으로 수습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합격취소생 학부모들의 비난과 통곡소리로 가득했던 경기도 교육청 앞마당은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도교육청 역시 부정 응시생을 엄단하고, 재시험을 통해 선의의 피해자를 최소화하는 묘안을 짜내 사태를 원만히 수습한 데 대해 내심 안심하는 분위기다.하지만 이날 서울 목동 J학원소속이라는 이유로 불합격 문자메시지를 받은 A양은 인생의 진로를 바꿨다. 당초 외교관이 되고자 했던 꿈을 포기하고 법관이 되기로 마음을 바꾸었다. 버스에 타지도 않았고 문제지를 본 것도 아닌데 단지 J학원 소속이라는 이유로 합격이 취소된 것을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A양의 엄마 B씨는“험한 소리라고는 모르던 애가 19일 휴대폰으로 합격취소 문자메시지가 날아오자 대놓고 욕을 해 깜짝 놀랐다”면서“법을 공부해 다시는 이처럼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겠다고 울면서 말했다”고 전했다.
A양 같은 J학원 출신 합격 취소생들은 내달 20일 실시하는 재시험에 응시하지 않기로 뜻을 모았다. 재시험 응시는 곧 부정행위를 인정하는 꼴이어서 일반계 고교를 가는 한이 있더라도 재시험은 치르지 않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정작 학생들을 가르쳐 왔던 학교와 도교육청은 어느 누구하나‘책임’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지 않고 있다. J학원의 욕심 때문에 죄없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날벼락을 당했지만 교육당국은 모든걸 사법당국에 미룬 채 관심에서 사라지기만을 바라고 있는 듯하다.
이범구 기자 gogu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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