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새벽 미국 뉴욕의 유엔총회에 참석한 한국대표는 북한 인권결의안 표결에서 기권한 뒤 입을 다물었다. 표결을 전후로 해당 현안에 대한 자국의 입장을 192개 유엔 회원국 대표들에게 설명하는 표결 입장표명(Explanation OF Vote)을 하지 않은 것이다.
이는 2003년 이후 6차례 실시된 북한인권결의안 투표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그간 우리측은 기권을 하든, 찬성을 하든 어떤 형태로든 입장을 설명했다. 찬성표를 던진 지난해 우리측 대표는 “보편적 가치로서의 인권신장에 기여하기를 바라며 인권분야에서 북한과 국제사회의 대화와 협력을 촉진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해나 지금이나 북한의 인권상황이 달라진 게 없는 데 지난해에는 찬성하고 올해는 기권을 하는 이유를 대기가 어려웠을 것이라고 짐작 된다. 아마도 정부는 이번에 북핵 문제 진전과 남북 정상회담을 통한 남북관계 호전이라는 상황변화를 감안했을 것이다. 그리고 지난해는 북한의 핵 실험에다 유엔사무총장이 배출됐다는 점을 고려해 찬성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에 대한 한 국가의 태도가 이렇게 상황과 이해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런 식으로 국제사회의 웃음거리가 된다면 어차피 국제관계 속에서 풀어나갈 수밖에 없는 남북관계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북한은 유럽연합이 주도한 인권결의안을 저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고, 회원국들에 대한 로비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북한도 못 본 채 하는 인권결의안을 놓고 우리만 북측 눈치를 살피며 전전긍긍한 꼴이다. 더욱이 ‘인권 변호사’라는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기권을 지시했다는 청와대의 발표에 대해선 달리 할 말이 생각나지 않는다.
정치부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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