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에만 펀드에 100조원의 시중자금이 새로 몰려 ‘펀드300조’ 시대가 열렸지만, 자산운용 전문인력은 겨우 80명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업계가 자체 인력을 양산하기 보다는 타사인력을 빼오는 스카우트에 열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말이 ‘펀드 전성시대’이지, 막상 펀드를 굴리는 전문인력의 뒷받침이 없어 관리부실 및 리스크 증가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15일 금융감독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243조원이었던 전체 펀드 수탁고는 올해 10월말 기준으로 330조8,000억원으로 늘었다. 10개월 만에 100조원에 육박하는 시중자금이 몰려든 것이다.
그러나 자산운용 및 리스크관리 등 전문인력은 작년말 1,143명에서 올 9월말 1,224명으로 고작 81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자산운용사들이 전문인력을 새로 양성하기 보다, 다른 업체에서 스카우트하는데 급급하기 때문이다. 시장 전체를 놓고 본다면, 전문인력은 ‘제로섬’게임인 셈이다.
실제로 증시활황의 이면에서 증권업계는 극심한 인력난과 스카우트 출혈경쟁에 내몰리고 있다. 서울 여의도 모 증권사는 몇개월새 100명가량이 이직했으며, 반대로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인력이 400명이나 늘어 전체 1,700명을 넘었을 정도로 인력쏠림 현상과 이직경쟁이 치열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직장을 옮기면서 개인이 아닌 팀 전체가 통째로 빠져나가는 바람에 관련업무가 거의 마비되는 사태도 흔하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증권사 사장들이 모여 무차별적인 인력 빼가기를 자제하자고 ‘결의’까지 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펀드운용 관련 인력부족이 투자자 피해로 고스란히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이다. 금감위에 따르면 펀드매니저 한명 당 평균 운용펀드수가 지난해 말에는 9개 였으나, 올해 9월말 기준으로 11개로 늘어났다.
금감위는 전체 펀드 중 해외펀드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점을 감안, 해외펀드운용에서 외국 전문인력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체 펀드 수탁고 330조원 중 해외펀드 수탁고는 10월말 기준 97조원 가량으로 그 비율이 급증하고 있는 추세. 금감위는 국내 자산운용사의 해외펀드 운용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외국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운용전문인력이 국내에 쉽게 진출할 수 있도록 운용전문인력의 경력요건을 완화할 방침이다.
금감위 관계자는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도 중요하지만, 증권업계 스스로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고급인력 양성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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