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국민 2,500만명의 신상정보가 담긴 자료를 분실해 신뢰의 위기에 처했다. 이번 사태를 일으킨 공무원이 속한 HM수입ㆍ관세청(HMRC)의 폴 그레이 청장은 20일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앨리스테어 달링 영국 재무장관은 20일 의회에서 16세 미만의 아이를 키우고 육아 수당을 수령한 적이 있는 725만 가구 2,500만명 가량의 개인정보가 담긴 두 장의 디스크가 우편으로 전달되는 도중 분실됐다고 밝혔다.
이 디스크에는 개인의 이름과 생일, 주소, 은행 계좌번호와 사회보장번호 등이 모두 들어있었고, 일부의 경우 아주 세세한 은행 계좌 정보까지 포함돼 있었다. 경찰이 지난 주 내내 비밀리에 사라진 디스크의 행방을 추적했으나 결국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어처구니 없는 사태의 발단은 세금 수납과 육아 수당 지급 등을 관리하는 HMRC에 근무하는 한 하급 공무원이 정부 회계국의 요청으로 이 정보가 담긴 디스크를 지난달 18일 발송하면서 일어났다.
이 직원은 세수관세청의 내부 우편 시스템을 통해 디스크를 발송했으나, 개인정보처럼 민감한 내용을 보낼 때 지켜야 할 기본적인 보안규칙을 지키지 않아 해당 디스크가 어떤 경로로 사라졌는지 전혀 기록이 남지 않았다.
달링 장관은 전 국민들에게 혹시 자신의 은행 계좌에 수상한 자금 흐름이 있었는지 확인하라고 당부했다. 분실된 디스크를 입수한 범죄자들이 계좌번호로 금융 사기를 벌일 가능성 때문이다.
재무부 관리들은 지난번 모기지 사태로 주저앉은 ‘노던록’ 은행 사태 당시 수많은 국민들이 예금을 찾기 위해 은행 앞에서 줄을 서는 일이 발생한 것처럼 이번에는 계좌번호를 바꾸기 위해 은행 업무가 마비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보수당과 다른 야당들은 일제히 정부의 실책을 비판했다. 특히 자유민주당의 빈스 케이블 총리대행은 “지금과 같은 정보화 시대에 정부 부처가 데이터 전송을 위해 아직까지 디스크를 사용하는 것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면서 “당국의 오래된 컴퓨터 시스템은 교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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