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기도 아까운데 바른다고? 와인으로 피부를 가꾼다고 해서 화들짝 놀라지 마시라. 프랑스 루이16세의 왕비 마리 앙트와네트는 일찍이 와인의 효능에 착안, 최고급 와인을 푼 욕조에서 목욕을 즐겼다고 한다.
한동안 매년 11월 셋째주 목요일이면 동네 슈퍼까지 화려하게 장식했던 햇포도주 보졸레 누보의 인기는 시들해졌지만, 화장품업계를 비롯해 생활 곳곳의 와인 사랑은 오히려 깊어지고 있다. 와인으로 얼굴 피부를 정돈하고 각질을 제거하며 탈모도 예방한다.
가벼운 여행길에 와인팩을 챙기고, 휴대폰을 열면서 와인이 함께 한 즐거운 자리를 떠올리며 와인 병에 변함없는 사랑을 새기기도 한다. 와인으로 만끽할 수 있는 새로운 즐거움들을 알아보자.
■ 피부와 두피의 호사, 와인화장품
와인에 함유된 폴리페놀 성분은 강력한 항산화 효과로 노화 방지, 심장병 예방, 암세포 증식 억제 등 건강에 좋다고 알려진 지 꽤 오래다. 최근 화장품업계도 폴리페놀 성분의 세포 생성 촉진을 통한 노화 방지와 피부 신진대사 활성화, 면역 강화 기능에 주목한 제품들을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니스프리가 내놓은 ‘이니스프리 와인 필링 소프너’는 프랑스의 꼬뜨 뒤 론 지역에서 생산되는 적포도주 추출물을 사용한 얼굴용 각질제거 제품이다.
제품 용량(140ml)의 절반이 적포도주 추출물로 채워졌다. 폴리페놀 성분이 항산화 효과를 높이고 과일산 성분이 각질을 녹여내도록 설계된 제품.
일반적으로 각질제거 화장품이 흑설탕이나 과일 씨앗을 미세하게 갈은 것 등 알갱이를 넣거나 페이스 오프(face-offㆍ얼굴에 발라 마르면 떼어내면서 각질을 제거하는 제품) 형태로 만들어지는 것과 달리 이 제품은 화장솜에 묻혀서 살짝 얼굴을 닦아내기만 하면 돼 피부자극을 최소화했다는 것도 매력이다.
이니스프리 마케팅담당 김희정씨는 “지난달 초 출시한 지 한 달만에 2만개가 팔린 빅히트 상품”이라며 “와인 추출물이 70ml 이상 담겼다는 것도 화제를 모았지만 무엇보다 와인이 건강에 좋다는 인식이 널리 퍼진 것이 인기 요인인 것 같다”고 말했다.
뷰티크레딧의 ‘레드 와인 포 어 컨트롤 스킨’은 모공 관리용 스킨제품으로 역시 폴리페놀과 탄닌 등 와인 성분의 효능을 강조한다. 적포도주 추출물이 피부 탄력을 높이고 모공 트러블을 진정시켜 준다는 것이 마케팅 포인트다.
와인을 통해 탈모를 예방하는 두피 클리닉도 나왔다. 청담동 이지함피부과에서 선보이고 있는 ‘와인 탈모 예방 클리닉’은 와인에 함유된 프로시아니딘 성분이 생장기 모발이 휴지기 상태로 접어드는 것을 막아줘 성장을 계속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데 착안했다.
프로시아니딘 함량이 높은 와인과 포도씨유를 배합한 제품을 사용하는데, 올 초 소개된 이래 하반기 들어 클리닉 이용자 수가 2배 이상 늘어나는 등 호응이 좋다.
홍보담당 오혜정씨는 “이미 탈모가 꽤 진행된 경우 효과를 보기 어렵지만 막 탈모가 시작됐다면 2,3개월 정도 꾸준히 관리를 받으면 만족도가 크게 높아진다”며 “와인에 대한 관심이 커진 만큼 이용 문의도 꾸준하다”고 말했다.
■ 와인폰, 팩와인, 조각와인까지
와인이 가진 ‘상류문화’ 이미지를 활용해 만든 와인 컨셉의 휴대폰도 나왔다. LG전자가 지난 6월 출시한 것으로 와인과 같이 성숙한 세대, 즉 경제력을 갖추고 문화소비자로서 자신만의 멋을 추구하는 3040 세대를 위한 제품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잔 안에서 동심원을 그리고 있는 와인의 모습을 본딴 디자인을 전면 LCD에 반영해 품격을 높였고, 외부 테두리에는 펄을 반영해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활동적이고 젊은 애호가를 겨냥한 팩 와인은 와인 대중화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상품이다. 칠레와 아르헨티나에서 수입한 와인을 종이팩에 담아 내놓은 보니또 팩 와인이 대표적.
야외 나들이나 가벼운 여행길에 부담없이 챙겨갈 수 있도록 안전성과 휴대편리성을 살렸으며 코르크 마개를 따느라 스크루를 따로 준비할 필요도 없다.
특별한 의미를 지닌 ‘나만의 와인’을 가지고 싶은 욕구를 반영한 조각와인도 등장, 소장용이나 선물용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조각와인은 와인 병 표면에 원하는 메시지나 문양을 조각해 넣는 것이다. 조각의 깊이나 디자인, 이름 등을 자유롭게 새겨 넣을 수 있다.
제품 가격은 와인 가격과 수공예 공임이 합산돼 정해지는데 8만~10만원대가 일반적이다. 최근 남자친구를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로 조각와인을 주문했다는 김선영(28)씨는 “다소 비싸기는 하지만 와인은 마시고 없어져도 병을 오래 간직할 수 있으니 좋다”고 말했다.
이성희 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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