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프레소 커피'가 전성시대를 구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커피 가전의 무게중심도 이동해 인스턴트커피에서 원두커피로 입맛의 변화를 가져온 커피메이커가 뒷전으로 물러나고 에스프레소 머신의 시대가 도래했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에스프레소 기계와 커피메이커의 판매 비율은 6대 4로 역전됐다. 백화점이나 온라인몰 등에서는 올해 들어 에스프레소 기계 판매가 지난해보다 50~300% 신장했다.
에스프레소, 직접 뽑아볼까.
에스프레소는 원두에 뜨거운 스팀과 적당한 압력을 가해 순식간에 우려내는 진한 커피다. 에스프레소는 일정한 자격이 있다. 보통 커피원두 6~7g에 90~95도의 뜨거운 물과 9기압의 압력을 줘서 30㏄의 에스프레소 한 잔을 얻어낸다고 한다.
시중에 나와있는 에스프레소 기계는 유라, 세코, 드롱기, 크룹스, 브리엘, 일렉트로룩스 등 주로 유럽 브랜드들이다. 볶은 커피원두를 통째로 넣고 버튼만 누르면 원두를 갈아 커피를 뽑는 것까지 척척 알아서 해주는 전자동 제품과 원두의 양을 직접 맞추는 등 약간의 기술이 필요한 반자동 제품이 있다.
현대백화점에서는 전자동 제품이 에스프레스 기계 전체 매출의 90%를 차지한다. 롯데백화점 유용창 MD는 "반자동 제품은 커피에 대한 지식이 필요한 반면 전자동 제품은 초보자도 원두와 물만 있으면 쉽게 에스프레소를 만들 수 있어 가격 부담이 있음에도 소비자들이 전자동 제품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전자동 제품은 싼 것은 100만원 대부터 비싸게는 580만원짜리까지 다양하다. 인기 모델은 유라 F50(265만원), 세코 인칸토(135만원), 드롱기 EAM3000(168만원), 크룹스 FNF5(210만원) 등으로 100만~200만원대의 중가 제품들이다. 유라는 브랜드 인지도가 높고, 세코 제품은 물 세척이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다.
드롱기는 디자인에서 호평을 받는다. 반자동 제품은 가격 부담이 적다는 게 최대 장점이다. 롯데닷컴에 따르면 드롱기 EC200CD(26만2,000원) 일렉트로룩스 EEA130(24만5,100원) 브리엘 ES62(42만3,000원) 등이 인기다.
전문가적 솜씨의 에스프레소를 정말 손쉽게 뽑아낼 수 있는 캡슐커피도 최근 선보였다. 스위스 네슬레사의 캡슐커피 ‘네스프레소’가 지난달 30일 롯데백화점 본점에 문을 열었다. 캡슐만 있으면 기계가 모든 걸 알아서 하는 캡슐커피는 그간 국내에선 재료를 구할 길이 막막했다.
일부 커피 마니아가 인터넷이나 해외여행 중 직접 구입해오거나 신사동 가로수길의 카페스트라세 등 전문 커피숍에서 구해 즐기는 게 전부였다. 네스프레소 캡슐(10개들이ㆍ6,600원)은 전용 기계가 필요한데, 33만~52만원대의 3가지가 판매되고 있다. 보름 만에 100여대가 팔릴 정도로 인기가 대단하다.
비싼 기계를 장만하지 않더라도 수만원의 모카포트로도 에스프레소의 풍미와 아우라를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유럽 가정에서는 이미 보편화한 도구. 포트 아래쪽에 커피와 물을 넣고 가열하면 물이 끓어 커피를 통과하면서 분수처럼 솟구쳐 포트 위쪽에 에스프레소가 추출된다.
비싼 기계, 커피 맛도 좋을까.
에스프레소 열풍이 거세지만 전문가들은 커피는 유행보다 취향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비싼 기계가 좋은 커피 맛의 보증수표는 아니라는 것이다. 3만~5만원의 가격대면 가정에서 사용하기에 손색이 없는 커피메이커와 수백만원대 에스프레소 기계의 차이는 원두에서 커피를 추출하는 방식에서 나오는 것일 뿐 우열을 가리기는 어렵다.
커피메이커는 에스프레소 기계보다 추출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커피에 카페인이 더 많이 섞여있다. 월간 ‘커피’ 발행인 홍성대씨는 "커피의 맛은 기계보다 원두의 신선도와 질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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