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에리카 김’이다. 전 BBK 대표 김경준(41ㆍ구속)씨에 이어 김씨의 누나인 재미동포 변호사 에리카 김(43ㆍ사진)씨가 21일(한국시간) 새벽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명박 의혹 폭로전’에 가세한다.
김씨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오랫 동안 인연을 맺어온데다 이 후보와 김경준씨를 연결시켜준 장본인이라 기자회견 내용에 따라 또 한차례 대선판이 요동칠 전망이다.
김씨은 20일 LA 지역 언론사들에 팩스를 보내 “20일 오전 11시30분(현지시각) LA의 사무실에서 ‘이 후보와 BBK 관련 3대 의혹’과 관련된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이 후보 연루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관련 서류들도 공개할 예정이다. 김씨 남매의 양방향 협공으로 이 후보의 BBK 주가조작 사건 연루 의혹을 둘러싼 날선 대립은 더욱 격해질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관심은 역시 김씨가 어떤 서류들을 공개할 것이냐에 모아진다. 일단 김경준씨와 한나라당간 공방의 중심에 있는 ‘주식거래 이면계약서’가 될 가능성이 높다.
김경준씨는 8월 미국에서 “계약서에는 이 후보가 BBK 지분 100%를 보유한 실소유주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주장해 파장을 일으켰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이 “원본 계약서에는 그 같은 내용이 없으며, 그런 내용이 있다면 조작된 것”이라고 반박하면서 계약서의 실체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김씨가 계약서 전문을 공개할 경우 그 내용의 해석과 서류의 진위 여부에 대한 양측간 공방은 한층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BBK 회계장부나 자금흐름 내역 등 다른 서류들이 추가 공개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만일 김씨가 이 후보의 BBK 사건 연루 의혹을 명백하게 입증할 만한 물증을 내놓는다면 이 후보 측은 타격을 입게 된다. 특히 구속 상태인 김경준씨와 달리 김씨는 언제라도 새로운 의혹을 제기할 수 있는 ‘자유인’상태라는 점은 추가 폭로의 가능성마저 높혀준다.
그러나 김씨가 가 대선 판도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당장 한나라당 등에서는 기자회견의 배경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왜 하필 동생이 송환된 직후에 입을 여느냐” “김경준씨의 국내 송환과 김씨의 기자회견이 치밀하게 계획된 것 아니냐”는 등의 공세도 쏟아지고 있다.
김씨가 허위 서류를 이용해 은행신용거래를 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미 연방법원의 재판을 받고 있는 형사 피고인이라는 점도 그에게는 불리한 정황이다. “범죄인 남매가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다”는 등의 공격을 피할 수 없다는 얘기다.
특히 이 후보 연루 의혹 관련 서류가 명백한 물증 수준이 되지 못한다면 파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김씨가 대선 판도를 뒤흔들지, ‘찻잔 속 태풍’에 그칠지는 공개될 물증의 내용에 달려 있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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