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콧 매클렐런 전 백악관 대변인은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 딕 체니 부통령 등이 중앙정보국(CIA) 비밀요원 신분누설 사건인 ‘리크 게이트’에 개입한 백악관 참모들의 역할에 대해 잘못된 발표를 하도록 해 대중을 호도하려 했다고 비난했다.
매클렐런 전 대변인은 내년 4월 이후 발간될 자신의 자서전 ‘What Happened(무슨 일이 있었나)’ 가운데 20일 공개된 발췌 부분에서 “내가 2003년에 당시 칼 로브 대통령 비서실 차장과 루이스 리비 부통령 비서실장이 리크 게이트에 연루되지 않았다고 밝히게 된 데에는 부시 대통령이 관여돼 있다”고 말했다.
매클렐런 전 대변인은 이어 “나는 당시 진실을 알지도 못하고 잘못된 정보를 (대중들에게) 전달했다”면서 “내가 그렇게 한 데에는 로브와 리비, 딕 체니 부통령, 앤드류 카드 비서실장뿐 아니라 부시 대통령 본인이 관여했다”고 거듭 주장했다.
매클렐런은 3년 동안이나 백악관 대변인을 역임한 부시 대통령의 측근이었고 2006년5월 백악관을 떠난 이후에도 ‘리크 게이트’와 관련해 함구해 왔다는 점에서 그의 폭로는 부시 대통령과 백악관에 상당한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일부에서는 부시 대통령의 임기 중에 이 같은 측근들의 폭로가 터져 나오는 것은 부시 대통령의 임기말 권력누수(레임덕) 현상이 심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매클렐런 이후 토니 스노 전 대변인을 거쳐 백악관의 마이크를 넘겨 받은 데이너 페리노 현 백악관 대변인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발췌 부분 만으로는 매클렐런이 정확히 무엇을 말하려 했는지 알 수 없다”고 물타기를 시도했다. 페리노 대변인은 이어 “부시 대통령은 매클렐런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도록 요구하지도 않았고 그렇게 하려고 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옹호했다.
백악관의 부인에도 불구, 부시 대통령과 체니 부통령 등 백악관의 최고 권력자가 ‘리크 게이트’를 뒤에서 사주한 ‘몸통’이었다는 논란은 더욱 증폭될 수밖에 없게 됐다. 리크 게이트와 관련해선 로브와 리비가 모두 신분누설에 관여한 사실이 밝혀졌으나 리비 한 사람만이 기소되는 데 그쳤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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