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양재2동 박모(16)군은 학교수업이 끝난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배가 무척 아팠다. 오후 8시가 넘은 시각이라 병원은 문을 닫았고 그렇다고 큰 병원 응급실에 혼자 갈 수도 없었다. 박군은 마침 보건소를 발견하고 들어가 맹장염 진단을 받아, 곧바로 인근 대학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다.
내년부터는 서울시내 보건소가 이러한 야간 진료 외에도 다양한 서비스를 펼친다. 오전 진료 시작을 1시간 앞당기고 임산부 산전관리와 아토피와 당뇨 등 특화 서비스와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서울시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보건소 운영개선방안을 마련해 내년 1월부터 시행한다고 15일 밝혔다.
우선 근무시간이 크게 늘어난다. 시는 각 자치구 보건소의 주 이용자인 노인들에 대한 진료와 당뇨병 환자 등의 혈액검사를 위해 지금보다 진료 시간을 한 시간 앞당겨 평일에는 오전 8시부터 진료 및 검진서비스를 실시한다. 오후 6시부터 오후 9시까지 '건강상담실'을 운영, 야간ㆍ휴일진료, 개원약국 등을 안내한다.
아울러 매주 토요일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임산부 산전관리 및 영ㆍ유아 예방접종 서비스를 제공하고 '아토피ㆍ천식 프로그램', 고혈압, 당뇨, 비만, 고지혈증 등 '대사증후군 등록ㆍ관리' 등도 제공한다. 이 밖에도 골밀도를 측정하는 '건강체험관', '직장인 금연 클리닉', '비만도 측정과 운동처방' '가족건강 가꾸기' 등 평일에 이용하지 못하던 건강증진 특화프로그램을 활성화시킨다.
이와 함께 평일 야간과 토ㆍ일요일에는 건강관련 동호회 활동 및 의료봉사 등을 위해 보건소 시설을 개방하고 체력단력실과 건강강좌 특화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회의실과 강당, 진료실 등을 무료로 이용하고 운동처방사와 외부강사를 초빙해 건강강좌도 열 수 있다. 자치구마다 '명품건강클럽' '어린이건강동산' '장애인치과'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하지만 시는 지난해 9월부터 평일 오후 9시까지 운영하던 의사가 배치되는 야간진료 대신, 간호사만 있는 건강상담실로 대체할 예정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시 관계자는 "야간진료를 위해 4명이 근무하고 있는데 이용자는 하루 평균 1.1명에 불과하다"며 "야간에 보건소를 찾는 환자 대부분이 감기나 찰과상 등이기 때문에 상담실로 변경해 운영해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초저녁 시간대에 약처방을 받을 수 있도록 의사들을 배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성호 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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