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원짜리 석 장이면 충분한 이불도 있지만 한 채에 1,600만원을 호가하는 초고가 이불도 있다. 덮고 자기는 매한가지인데 왠 가격차이가 그렇게 나냐고? 겉보다 속이 문제다. 제 아무리 화사한 디자인을 자랑하는 이불이라도 속통이 제 구실을 못하면 겨우내 쾌적한 잠자리를 기대하기 어렵다.
고현주 이브자리 홍보팀장은 “잠을 잘 자야 건강하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면서 이불 구입시 속 소재를 꼼꼼히 체크하는 주부들이 크게 늘었다”면서 “특히 겨울철 이불은 속에 따라 무게나 부피, 세탁 가능 여부가 다 다르므로 생활양식이나 건강상태에 맞춰 고르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겨울 침구의 선택 기준으로 주부들이 가장 선호하는 것은 가볍고 얇고 따뜻한 ‘천연소재’이다. 고 팀장은 “아주 오래 전부터 목화 솜이나 명주 솜을 애용했을 만큼 이불 속통에 민감한 민족이기 때문”이라고 천연소재의 인기를 분석한다.
최근 가장 인기를 얻는 천연소재 이불 속통은 거위털이다. 한때 인기를 얻었던 오리털에 비해 가격은 비슷하면서 보온성이 높고 더 가볍다.
같은 거위털 이불이라고 해도 혼용율에 따라 품질은 물론 가격도 5만~50만원까지 천차만별이다. 혼용율은 다운(downㆍ목털)과 피더(featherㆍ깃털)의 비율을 뜻한다.
다운은 둥둥 떠다니는 민들레 씨앗과 같은 모양을 하고 있으며 다운 볼이라고 불린다. 반면 피더는 만져보면 뻣뻣한 줄기가 느껴진다. 피더가 10%이상이면 품질이 떨어지는 것으로 친다. 추운 지방의 거위에서 나온 털일수록, 살아있는 거위에서 뽑은 털일수록 더 고급품이다.
중장년층이 선호하는 명주 솜은 가볍고 따뜻하며 땀 흡수율이 높아 침구용으로 오랫동안 애용된 제품이다. 중국 여행을 다녀온 사람 열에 여덟은 사가지고 오는 기념품이기도 하다.
그러나 10만~25만원대의 비교적 비싼 값에도 불구하고 실용성은 크게 떨어진다. 우선 세탁이 어렵다. 명주 솜은 빛과 물에 약해 일광소독이나 물 세탁을 할 수 없다. 판매처에서 드라이클리닝을 하라고 권하기도 하지만 그럴 경우 섬유 사이의 공기층이 사라지면서 보온성이 크게 떨어진다.
결국 고전적인 방식대로 솜 트는 집을 찾아서 틀어야 하는데 요즘 솜 트는 집 찾기가 만만치 않다. 천연소재라 사용기간이 길어질수록 삭아서 양이 줄어들기 마련이지만 솜을 트는 집에서 중량을 맞추기 위해 합성소재를 첨가, 소비자와 분쟁을 일으키는 경우도 꽤 된다.
경제적이기로는 일명 ‘구름솜’이라고 부르는 화학솜 제품이 단연 첫손에 꼽힌다. 시중에서 3만원, 브랜드 제품이라도 10만원대면 살 수 있는데다 관리하기 쉬워서 독신자나 젊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높다. 더러워지면 통째로 세탁기에 넣어서 물세탁하면 그만이고 가볍고 따뜻하다. 다만, 화학제품 특유의 단점은 피할 수 없다.
흡수성이 낮아 정전기가 발생하고 먼지를 많이 끌어들이기 때문에 집먼지 진드기도 많이 꼬인다. 싼만큼 무조건 자주 세탁하고 3,4년쯤 쓰면 과감히 버리는 것이 좋다. 침이나 땀을 많이 흘리는 아이들이 사용하는 베개용 구름솜이라면 1년에 한번씩 갈아준다.
최근엔 구름솜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참숯이나 황토가공을 한 제품들도 선보이고 있다.
상류층을 겨냥한 초고가 소재 아이더덕도 눈길을 끈다. 살아있는 북알래스카산 바다오리새의 목털을 채취해 만든 속통으로 퀸 사이즈 한 채를 만드는 데만 6개월 정도가 걸리고 가격은 1,600만원에 달한다. 국내에 소개된 지 5년째로 현재까지 7채가 팔렸다. 산악인 허영호씨가 에베레스트를 등정할 때 사용했던 침낭도 속을 아이더덕으로 채운 것으로 알려졌다.
극세사 제품은 아토피를 앓는 자녀를 둔 가정에서 많이 찾는다. 극세사로 만든 솜을 쓰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극세사로 된 이불솜 커버를 만들어 쓰는 경우다.
사람 머리카락의 1/200 굵기의 매우 가는 실로 만들어져 피부자극을 일으키는 집먼지 진드기가 침투할 수 없게 만든다는 것이 장점. 그러나 극세사의 명확한 표기기준이 없고 제품 라벨에 표시되지도 않기 때문에 신뢰할 만한 브랜드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좋다. 5만~20만원대.
이불 속통은 잘 고르는 것 만큼 잘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고 팀장은 “거위털이나 아이더덕 드라이클리닝과 일광건조를 하고, 극세사나 화학솜은 자주 물빨래를 해서 먼지와 오물을 그때그때 제거해가며 사용하는 것이 오래 잘 쓸 수 있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이성희 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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