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부터 이틀간 미 메릴랜드주 아나폴리스의 미 해군사관학교에서 개최되는 ‘중동평화회의’는 외교적 성과에 목말라 있는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마지막 승부수이다.
이번 회의에서 가시적 성과가 도출되더라도 부시 대통령의 남은 임기는 14개월에 불과해 이를 집행할 시간 조차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부시 행정부는 7월 팔레스타인 국가 창설과 중동의 항구적 평화정착을 목표로 한 ‘중동평화회의’ 구상을 발표한 직후 사전 정지작업으로 전방위 노력을 기울여 왔다.
콘돌리사 라이스 국무장관은 수 차례 중동 순방을 통해 이스라엘의 양보를 얻어냄으로써 초기단계 조치 뿐 아니라 최종단계 조치에서도 동시에 협상을 진행한다는 원칙을 세울 수 있었다.
2003년 합의됐던 중동평화 ‘로드맵’의 이행이 지지부진한 상태에서 이 같은 원칙은 협상의 속도를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한 방편이었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의 점령지 정착촌 건설 동결, 팔레스타인의 테러행위 근절 등 초기단계 조치와 함께 ▦이스라엘과 아랍국 간 국경선 재설정 ▦팔레스타인 난민의 귀환권 인정 여부 ▦동예루살렘의 팔레스타인 귀속 문제 등 팔레스타인 국가창설을 위한 최종단계의 3대 쟁점도 주요 의제로 포함됐다.
이번 회의를 앞두고 이스라엘은 새로운 정착촌 건설의 중단을 선언하고 450여명의 팔레스타인 재소자를 석방하는 등 나름대로 성의를 보였으나 회의 전망이 밝은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아랍 국가들이 아직 확실한 태도를 표명하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에게 골란고원의 반환을 요구하고 있는 시리아 뿐만 아니라 미국의 우방국인 사우디 아라비아도 ‘성과가 보장되지 않은 회의는 곤란하다’며 회의 참여 여부 및 개입 수준을 놓고 여전히 저울질을 하고 있다.
프랑스와 영국의 외무장관들이 중동 지역을 순방하고 아랍권의 대표적 친미 국가인 요르단의 압둘라 2세 국왕이 시리아를 전격 방문하는 등 아랍권에 대한 설득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아랍국가들은 23일 아랍연맹 본부에서 팔레스타인자치정부의 마흐무드 압바스 수반을 만나본 후에야 입장을 결정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와 압바스 수반 사이에 진행되고 있는 준비접촉에서 공동선언 초안이 마련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으나 이스라엘이 정착촌 활동의 완전한 동결을 약속하지 않았다는 팔레스타인측 불만으로 적잖은 진통을 겪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올메르트 총리는 아랍권에 대해 ‘이스라엘이 유대국가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해 500만명에 이르는 팔레스타인 난민의 귀환권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의도를 내비쳤다. 이스라엘 의회에서도 동예루살렘의 반환을 어렵게 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것도 회의 전망을 어둡게 한다. 이 때문에 이번 회의가 12월로 연기될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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