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의 합당 및 후보 단일화가 사실상 무산됐다. 민주당의 이인제 후보는 어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독자 출마를 선언했다.
신당측은 막판 타결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으나 시간 상 통합협상을 더 끌고 가기는 어려워 보인다. 대선일정과 정당법 상 절차를 감안하면 21일까지는 합의해야 하는데, 양당 내부의 반발 기류로 미루어 극적 계기가 없는 한 어려워 보인다.
양당 통합 및 후보단일화 무산의 직접적인 배경은 대선 승리보다는 내년 4월의 총선 공천 지분을 의식한 내부 반발이다. 양당 지도부가 통합당의 의결기구 구성을 5 대 5로 합의한 것은 총선의 공천 지분을 똑같게 배분한다는 의미였다.
1차 통합과정에서 시민사회 진영 등 여러 세력을 끌어안은 신당의 내부 반발이 격렬한 것은 당연했다. 신당 지도부는 7 대 3 안으로 재협상하자고 나섰으나 민주당이 들어줄 리 만무하다.
신당과 민주당 후보의 지지도를 합해 봐야 20%도 안돼 통합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도 협상 재추진에 힘이 빠지게 하는 요인이다. 신당측은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와의 단일화 논의를 진행 중이나 이 역시 초읽기에 몰려 성사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우리는 정체성이나 명분과는 상관 없이 정치적 실리를 좇아 어지럽게 이합집산하는 범여권의 행태를 누차 비판해왔다. 다른 한편으로 이른바 평화민주개혁세력의 통합이 대선에서 국민의 선택을 간명하게 할 수 있고 양당 구도가 정당정치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신당과 민주당의 통합 및 후보 단일화의 의의를 평가했다.
그러나 떡을 줄 유권자들의 생각은 안중에도 없이 총선 지분 싸움이라는 김칫국 마시기에 여념이 없는 행태를 지탄하지 않을 수 없다.
범여권이 지리멸렬한 채 대선에 임할 경우 참패는 불 보듯 뻔하고 불과 4개월 후에 치러지는 총선도 기대하기 어렵다. 새 정부와 여당의 독주를 견제할 세력으로서의 지위조차 확보하지 못하게 된다는 얘기다. 지분 싸움에 여념이 없는 자칭 평화민주개혁세력은 그런 상황이 얼마나 심각할 것인지 생각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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