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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IMF 10년, 되살아났지만 활력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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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IMF 10년, 되살아났지만 활력을 잃었다

입력
2007.11.22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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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 부족에 따른 국가 부도사태를 맞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신청했던 '경제 국치일(國恥日)'이 오늘로 꼭 10년을 맞는다.

IMF에 사실상 경제주권을 넘겨주는 조건으로 자금을 지원 받는 협약을 체결한 날은 1997년 12월3일이었지만, 국민들은 10년 전 오늘 정부가 '환란'을 시인했을 때의 충격을 잊지 못한다. '선진국 클럽'으로 불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했다며 샴페인을 터뜨린 지 1년도 안돼 '패전국' 같은 지위로 떨어진 당시의 울분과 고통은 지금도 생생하다.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 우리는 새로 태어났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혹했던 'IMF 처방'의 적절성과 효과에 대한 논란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수십년 동안 '좋은 게 좋다' 식의 낡은 관행에 젖어왔던 제도와 시스템을 쇄신하고, 이른바 '글로벌 스탠더드'에 눈을 뜨게 된 것은 우리 사회의 질적인 도약을 위한 중요한 계기였다.

그 결과 경제규모는 세계 10위권대로 올라섰고, 한때 7,000달러대로 떨어졌던 1인당 국민소득은 2만달러 시대를 맞았으며, 외환보유액도 2,600억 달러를 넘어 세계 5위권을 자랑하게 됐다.

각 부문에 드리운 그림자 역시 넓고 깊다.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의 엄습은 시장 만능주의와 승자독식 이데올로기를 정당화했고, 공공ㆍ금융ㆍ기업ㆍ노동 등 4대 부문 개혁의 칼은 주로 약자에게 향했다. 중산층 몰락 및 양극화 심화, 비정규직 양산 및 청년실업 고착화, 사회 보수화와 실적 지상주의 만연 등은 공동체의 존립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무엇보다 뼈아픈 것은 정부와 기업은 물론, 개개인에 이르기까지 도전과 모험을 기피하고 안정과 안전을 최우선시하는 위험 회피적 또는 조직 이기주의적 의식과 행태가 고착된 점이다.

기업은 투자를 꺼리며 단기 실적에 집착하고, 금융은 안전 대출만 선호하며, 공공부문은 밥그릇 지키기에 열심이고, 노조는 도덕성을 잃었다. 사회의 총체적 활력과 건강성이 현저히 떨어졌다는 얘기다. 환란 10년의 대차대조표를 제대로 읽지 못하면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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