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를 한 달 앞두고 국민과 정치권의 눈길이 온통 김경준 전 BBK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 향방에 쏠려 있다.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를 비롯한 범여권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사건 관련성을 상정한 대대적 공세에 나섰고, 한나라당은 이에 맞서 ‘정치공작 경계론’을 강화하는 한편 부정적 파급효과 차단을 위한 ‘선제적 방어망’까지 선보였다.
다양한 가상 시나리오가 거론되는 가운데 펼쳐지고 있는 뜨거운 ‘BBK 공방전’은 지금쯤 후보자의 지도력이나 정책에 쏠렸어야 할 국민 관심을 통째로 빨아들이고 있다.
우리는 대선 판세가 선거 직전의 돌발변수에 요동치는 비정상이 더 이상 거듭되지 않기를 바랐지만, 그런 기대는 이미 물거품이 됐다. 어차피 일은 벌어졌고, 요동과 혼란 속에서도 다음 대통령을 골라야 하는 국민들의 냉정한 판단이 더욱 중요해졌다.
단순히 생각할 때 검찰 수사 결과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사건 관련성이 조금이라도 드러난다면, 그 동안 ‘완전 결백’을 주장해 온 그의 도덕성은 크게 타격을 받아 지지율이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출마선언에도 불구하고, 안정세를 유지해 온 그의 지지율에 눈에 띄는 변화가 올 수 있다는 점에서 범여권 후보들에게는 마지막 기회다. 더욱이 가능성은 극히 낮지만 만에 하나 이 후보가 기소되는 ‘사건’으로 번져 걷잡을 수 없는 격랑이 일 경우 범여권의 기회 공간은 오히려 더 넓어진다.
물론 ‘보수세력 최후의 방패’를 자처하고 나선 이 전 총재에게 주어질 기회에 비하면 한정된 공간이겠지만, 그나마 이번 선거 들어 최대의 영역 확대라는 의미에는 변함이 없다. 거꾸로 이 후보의 결백이 확인된다면 선거는 의외로 싱겁게 끝날 수 있다.
언뜻 검찰이 선거를 좌우하는 듯하지만, 겉모습에 지나지 않는다. 2002년 대선의 ‘김대업 병풍 사건’을 통해 국민은 검찰 수사가 실체적 진실과는 다를 수 있음을 알았다.
따라서 유권자들은 검찰 수사 결과를 한 차례 걸러서 수용할 가능성이 커졌다. 또 적극적 지지보다는 반사적 지지에 기울어 있는 이 후보 지지자들이 그 동안 ‘위장전입’이나 ‘자녀 위장취업’ 사건 등에서 보여준 무딘 도덕적 잣대도 검찰 수사의 직접적 영향력을 제약한다.
유권자 모두 정치권의 공방에서 한 발 떨어져, 양측 주장을 한 꺼풀 벗겨서 살피자. 정치권이 BBK 공방에만 매달려 정작 중요한 정책과 비전 대결을 밀쳐두지 않도록 하는 데도 그 방법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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