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16일 발표한 공공부문 공약은 차기 정부의 지향점을 '작고 실용적인 정부'에 맞춰 놓고 있다. 작은 정부론은 보수 우파의 전통적인 정치 경제철학인데 이 후보는 여기에 '실용주의'라는 외피를 입혔다.
이 후보는 "절약하며 일 잘하는 실용정부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집권에 성공하면 '실용정부'로 불러달라는 주문이다. 정부와 공공부문에서 낭비를 줄이면서도 국민에게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큰 정부'보다는 '큰 시장'을 만드는데 방점이 찍혀있다. 그러나 이런 구상은 정부조직에 대한 대대적 수술과 공기업 혁신이 불가피해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이 후보의 정부조직 개혁은 현행 18부ㆍ4처ㆍ17청ㆍ기타 17개 조직 등 56개의 중앙행정조직을 '대부처대국'(大部處大局)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게 골격이다.
정부 조직을 대폭 축소하고 유관 부처의 업무를 통폐합해 소수의 대부처 체제로 가겠다는 것이다. 김형오 일규국가비전위 위원장은 "56개 부처를 재정비 하지 않고는 결코 일류국가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후보의 공약은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가 공무원 증원을 통해 큰 정부를 만들어 국민 세금 부담을 늘렸을 뿐 아니라 규제를 양산해 시장을 위축시켰다는 비판을 토대로 하고 있다.
이 후보는 현정부 집권 5년 동안 공무원을 6만5,000명이나 늘어났고, 416개의 정부위원회는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조차 모를 정도로 방만하게 운영되면서 참여정부가 내세운 효율성은 실종됐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국가경쟁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 후보는 정부조직 개편의 큰 윤곽만 제시했을 뿐 대선을 앞둔 미묘한 시점임을 의식한 듯 구체적 통폐합 방향은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10여개 전후의 중앙부처를 두고 있는 OECD 국가들을 기준점으로 제시했다.
또 공무원 숫자를 현수준에서 동결하겠다고 한 것은 공직사회의 반발을 야기할 인위적 정원 감축 보다는 동결을 통한 점진적, 자연적 축소의 방식을 택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물론 대선을 앞두고 '공무원 표'를 의식한 측면도 있어 보인다.
이 후보는 공기업 민영화와 경영 효율화도 핵심과제로 제시했다. KT, 두산중공업, KT&G 등 공기업 민영화 성공사례를 적용해 민영화 효과가 큰 기업부터 단계적으로 민영화하겠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이미 산업은행 분리매각 방침을 시사한 바 있다. 민영화 방식으로는 국가가 지분을 보유하고 경영만 민간에 넘기는 싱가포르 방식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태희기자 goodnew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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