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헬스 프리즘] "인슐린 저항성 측정해 봤나요"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헬스 프리즘] "인슐린 저항성 측정해 봤나요"

입력
2007.11.22 06:33
0 0

대한당뇨병학회가 최근 우리나라도 20년 뒤에는 국민 10명 중 1명이 당뇨병을 앓게 된다는 ‘당뇨대란’을 예고했다. 그러나 일선에서 직접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필자가 체감하는 현실은 훨씬 더 심각하다. 아직 당뇨병은 아니지만 당뇨병 직전에 있는 내당능(耐糖能) 장애, 당뇨병 발병가능성이 매우 높은 대사증후군의 증가를 감안하면 벌써 10% 선을 넘지 않았나 생각될 정도다.

우리나라는 당뇨병으로 인한 인구 10만명당 사망률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13.7명의 3배 가까운 35.3명에 이르며, 의료비 지출도 전 국민 평균의료비의 4.6배나 된다. 2003년 한 해 20~79세의 국민건강보험 총진료비는 16조5,000억원이었는데 이 가운데 당뇨병환자는 3조3,000억원으로 19.2%를 차지하였다. 이런 추세라면 20년 후에는 총 진료비의 40%를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당뇨병은 합병증도 심각하다. 가장 문제 되는 것이 혈관질환으로 작은 혈관이나 모세혈관을 막히게 하여 눈의 망막질환을 일으켜 실명을 초래하고, 발에 상처가 나면 잘 낫지 않고 궤양을 일으켜 결국 발을 절단하게 된다.

콩팥에서도 혈관을 막아 몸 속 노폐물을 걸러내는 기능을 못하게 만든다. 그밖에도 심근경색, 부정맥, 고혈압, 뇌졸중 등을 일으키며 위, 대장, 방광의 기능을 저하시키고 성기능장애도 일으킨다. 인류가 앓고 있는 병 중에서도 가장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병이 바로 당뇨병이라고 할 수 있다.

의사들은 환자를 진찰할 때 공복혈당이 110에서 125일 때를 공복혈당장애, 식후(75g의 포도당을 먹인 뒤 2시간이 지났을 때) 혈당이 140~199일 때를 내당능 장애라고 진단해 왔으며, 공복혈당이 126 이상일 때와 식후 혈당이 200 이상일 때를 당뇨병으로 진단한다. 그런데 대한당뇨병학회는 지난 12일 당뇨병주간을 맞이하여 정상인의 공복혈당 기준치를 110에서 100으로 낮추었다. 미국 당뇨병학회가 지난해 정상공복혈당치를 100으로 낮춤에 따라 우리도 정상인의 혈당기준을 강화한 것이다.

당뇨병의 만성 합병증 면에서 볼 때 작은 혈관이나 모세혈관의 합병증은 공복혈당이 126 이상인 경우부터 문제가 된다. 공복혈당 126 이상인 경우에 망막질환, 콩팥질환, 신경병증 등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관상동맥이나 경동맥 및 뇌동맥협착증 등 큰 혈관에 있어서의 합병증은 혈당치가 100~125이거나 심지어 100이하인 경우에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왜냐하면 큰 혈관들은 혈당치에 영향을 덜 받는 대신 인슐린 저항성에 의하여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을 비롯한 서구인들에게 관상동맥질환이 매우 많이 발병하기 때문에 그 예방 차원에서 정상인의 혈당치를 110에서 100으로 기준을 하향 조정한 것에 의의가 있다고 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큰 혈관질환의 합병증을 막고 당뇨병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정상인의 혈당치를 낮추어 잡은 것은 괜찮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서구인보다 인슐린 분비가 절반 정도밖에는 되지 않는다. 이는 필자가 벌써 십수년 전에 연구하여 발표한 바 있는 것으로 최근에 가톨릭의대에서 사망자 췌도의 베타세포를 가지고 연구한 결과에서도 같은 결론을 얻었다. 즉 한국인은 인슐린의 분비가 감소되어 있고 인슐린저항성도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인슐린저항성이 조금만 올라가도 인슐린 분비능력이 이를 감당하지 못하여 혈당치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한국인은 그만큼 당뇨병에 잘 걸릴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정상인의 혈당치 기준을 낮추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슐린저항성이 어느 정도인지를 진단하는 것이다. 정상인의 혈당치를 100으로 한다고 하더라도 복부비만, 고혈압, 이상지혈증 등 대사증후군을 포괄적으로 관리하여야 뇌졸중이나 심장병 등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에 인슐린저항성에 대한 정확한 측정과 그에 따른 적절한 치료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망국병이 될지도 모르는 당뇨병을 예방하고 당뇨병과 합병증을 철저히 관리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종합적인 대책과 함께 당뇨병학회를 비롯한 전문단체들의 공통된 노력이 매우 중요한 시기가 되었다는 것을 인식하고, 당뇨병 퇴치를 위해 다 함께 노력할 것을 제의한다.

허갑범 연세대 명예교수ㆍ허내과 원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