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총리회담 이틀째인 15일 회담은 낙관과 비관이 교차하는 회색에서 출발, 후반으로 갈수록 의미있는 합의 소식이 흘러나오는 청색을 띠었다. 그러나 남북 회담은 통상 잘 안 되는 듯 하다가 전격적으로 풀리고, 풀리는 듯 하다가 경색되는 예측불가의 속성이 있어 정부 관계자들은 “내일까지 보자”며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실무자들의 줄다리기와는 달리 남북 총리간에는 회담의 성과를 거두기 위한 우의(友誼)와 덕담의 언행이 이루어졌다. 한덕수 총리와 북측 김영일 내각총리는 이날 오전 7시30분께 회담장인 워커힐 호텔에서 예정에 없던 비공개 산책을 하면서 분위기를 잡았다.
이날 저녁에도 두 총리는 강남 S가든에서 불고기에 상추쌈을 주메뉴로 하는 저녁식사를 하면서 “회담을 잘 마무리하도록 하자”고 다짐했다.
두 총리는 사진기자들이 오기 전에 이미 좌정해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사진기자들이 “건배 한 번 해달라”고 청하자 한 총리는 “연출해 달라는데…”라며 웃자 김 내각총리도 다소 익숙치 않은 듯 “연출은 좀 그런데…”라며 서로에게 술을 따라준 뒤 건배 포즈를 취했다.
차관급이 참여한 오전 회담은 ▦조선협력단지 건설 ▦철도 및 도로 개ㆍ보수 ▦보건의료 등 북측의 관심이 높은 3개 분과부터 먼저 진행됐다. 협상 분위기를 원만하게 이끌기 위한 우리측 배려였다. 민감한 현안은 뒤로 물리고 합의 가능한 사안부터 다루자는 것이다. 이런 전략 때문인지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조성을 위한 공동추진기구 구성 등은 별다른 이견 없이 합의가 이루어졌다.
개성공단의 3통 문제 등 민감한 현안은 외형상 진통을 거듭했다. 김남식 통일부 대변인은 “협의가 진행 중이어서 뭐라 말하기가 부적절하다”고 피해갔다. 그러나 협상 실무진으로부터 “통신 분야에서는 진전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와 기대감을 높였다.
한편 김 내각총리는 이날 오후 참관지인 국립중앙박물관을 1시간30분여간 둘러봤으며 고구려 유물에 특별한 관심을 표명했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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