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지주회사 체제가 자리 잡혔습니다. 한국델파이를 비롯해 시너지 효과가 있는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M&A)을 계속 할 것입니다."
1979년 스물일곱살의 열혈 청년이 17평 아파트를 팔아 사업을 시작했다. 7명으로 시작한 회사는 이제 종업원 3,000여명이 일하는 지주회사 체제의 그룹으로 발돋움했다. 매출 1조3,000억원에 13개 계열사를 거느린 S&T그룹의 최평규(55ㆍ사진) 회장은 지주사 전환에 대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M&A를 통한 성장론을 제시했다.
S&T그룹은 14일 이사회를 열고 내년 2월1일자로 지주회사(S&T홀딩스)로의 그룹 체제 전환을 결의했다. 최 회장이 창업한 S&TC(옛 삼영열기)를 지주사와 사업회사로 분리해 모범적인 지배구조를 갖춘다는 계획이다.
현재의 궤도에 오르기 전까지 최 회장에게는 적지 않은 시련이 있었다. 경희대 기계공학과를 나온 그는 전공이 전공인지라 기계분야(열교환기 수입)에 손을 댔다.
하지만 경험이 일천한 상태에서 사업이 순탄할 리가 없었다. 천신만고 끝에 약간의 돈을 벌었지만 국내 대기업의 납품 중단으로 위기를 겪었다. 그러다 수출이 빛을 보면서 사세가 급성장했다. 이 때가 ‘인수합병(M&A)의 귀재’라는 최 회장의 닉네임이 등장하는 서막이었다.
그는 중공업 분야에 특화해 기업들을 인수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부실하지만, 성장가치가 높은' 회사를 골랐다. 강성노조의 상징이었던 통일중공업(현 S&T중공업)을 2003년 인수했고, 2006년 대우정밀(현 S&T대우), 올해 들어서는 효성기계(현 S&T모터스) 등 지금의 주력 계열사들을 잇따라 사들였다.
회사 안정이 쉽지 않았다. 인수 기업들 대부분이 강성노조였고, 최 회장이 'M&A 이후 곧 회사를 팔아버리려 한다'는 소문이 꼬리를 물면서 노조와의 화합이 순탄치 못했다. 한때 노조로부터 폭행을 당하기도 했던 그는 '현장 경영'을 통해 이제는 적지 않은 신임을 받고 있다고 한다.
최 회장은 작년 S&T대우를 인수한 뒤에는 본사가 있는 부산에서 계속 생활하고 있다. S&T중공업과 S&T모터스가 있는 창원공장도 수시로 찾아간다.
최 회장은 경영권 승계도 현재 준비 중이다. 슬하에 1남2녀를 두고 있는 최 회장은 자신이 처음 사업을 시작한 나이와 비슷한 스물아홉살의 큰 딸을 최근 계열사 등기이사로 등재했다. 그는 "딸이 경영을 배워야 하지 않겠느냐"며 검증 과정을 거친 뒤 2세들에게 경영권을 내주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박기수 기자 bless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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