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사양산업으로 전락했던 신발업계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최근 ‘걷기 열풍’을 타고 기능성 신발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면서 신발업계가 새 성장동력을 찾은 것이다.
기능성 신발이란 특수 소재와 인체공학적 설계를 적용해 기능을 세분화한 신발. 워킹슈즈, 러닝머신 전용 슈즈, 드라이빙 슈즈, 요가 슈즈 등 그 종류만도 100개가 넘는다.
15일 한국신발산업협회와 신발업계에 따르면 국내 신발시장 규모는 1990년 4조3,000억원 대에 달했으나 외환위기가 엄습한 98년 2조6,000억원 대로 쪼그라드는 시련을 겪었다.
이후 불황기를 넘어 2005년부터 차츰 안정세에 접어들어 지난해 3조8,000억원 대를 회복했다. 올해 시장 규모는 4조원 대로 추정된다. 특히 전체 시장의 10%를 점하는 기능성 신발은 매년 30~40%의 높은 성장세를 보이며 신발업계의 총아로 떠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능성 신발을 건강에 대한 관심과 웰빙 문화 확산의 최대 수혜주로 보고 있다. 고령화시대의 주 소비 계층인 40, 50대의 라이프 스타일 변화에 맞는 새로운 아이콘이라는 것이다.
또 주5일 근무제가 확산되면서 여가생활을 위한 캐주얼 한 옷차림에 맞는 기능성 신발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여기에 ‘걷기 열풍’이 확산되면서 워킹족 사이에선 ‘기능성 신발 착용이 필수’라는 인식이 보편화하고 있다.
기능성 신발은 걷기 전용 스포츠화에서 벗어나 캐주얼화와 비즈니스화, 등산화, 샌들 등으로 진화하는 추세다. 2004년 케냐 마사이족의 걷기 방식인 ‘마사이 워킹’이 국내에 소개되면서 입 소문을 통해 알려지기 시작한 워킹 슈즈는 걷기 운동을 즐기는 중ㆍ장년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판매가 늘면서 국내 기능성 신발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예고했다.
스위스 인체공학자 칼 뮐러가 개발한 ‘마사이 워킹 슈즈’는 딱딱한 아스팔트 위를 걷는 현대인들의 환경을 고려, 부드러운 흙이나 푹신한 매트 위를 맨발로 걷는 것처럼 발바닥 전체가 지면에 닿게 해 발에 가해지는 압력을 분산함으로써 관절의 충격을 최소화한 것이 특징이다.
엠베테(MBT) ‘마사이 워킹 슈즈’는 출시 첫해인 2005년 15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는 2배 이상 늘어난 35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매장수도 2년 만에 127개로 늘었다.
국내 업체들도 기능성 신발을 속속 내놓기 시작했다. 국내 중소업체인 닥터포닥터는 지난해 4월 밑창에 24개의 스프링을 장착해 쿠션감이 뛰어난 ‘닥터포닥터’를 내놓았다. 밑창에 한방약재를 혼합한 소재를 적용해 향균과 향염 효과가 있는 이 신발은 출시 1년 만에 매출이 1,777%나 급증했다.
국내 신발업계의 리더인 금강제화와 휠라코리아도 가세했다. ‘편안함’에 초점을 맞춰 특수공법으로 만든 금강의 ‘바이오소프 은나노슈’는 지난해 26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한국리복은 발 움직임에 따라 공기가 순환되는 미국 리복의 DMX기술을 적용한 ‘락포트’를 수입, 판매하고 있다.
고무와 생고무의 혼합 소재인 논-슬립(Non-slip)창을 적용한 이탈리아 ‘바이네르’는 겨울철 미끄럼 방지는 물론 발의 피로감을 줄여줘 인기를 끌고 있다.
칼 뮐러 MBT코리아 회장은 “나이키와 아디다스 등 글로벌 업체들은 기능성 신발 연구에 사활을 걸고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며 “앞으로 기능성 신발이 의료용 보조기구로 이용될 만큼 뛰어난 기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능성 신발이 인기를 끌면서 인기 제품의 상표권과 기능성을 모방한 업체도 늘고 있다. 즉, 입증되지 않은 기능성 신발들이 난립하고 있는 것이다.
신발산업협회 관계자는 “기능성 신발 덕분에 모처럼 살아나고 있는 신발업계가 장기적으로 발전하려면 지속적인 투자와 기술력 확보가 관건”이라며 “일부 업체의 부도덕한 상행위도 사라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학만 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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