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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솔이' 이자람 '판소리+브레히트' 궁합맞는 퓨전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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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솔이' 이자람 '판소리+브레히트' 궁합맞는 퓨전 꿈꾸다

입력
2007.11.22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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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크록그룹 아마도이자람밴드의 보컬 겸 기타리스트, 영화 <가루지기> 의 소리감독, 동초제(東超制) 오정숙 명창의 제자이자 송순섭 명창의 <적벽가> 이수자, 서울대 대학원 국악과 학생, 그리고 예솔이.

이 모두가 젊은 소리꾼 이자람(28)을 설명하는 말들이다. 아버지와 함께 ‘내 이름 예솔아’를 부르던 깜찍한 꼬마는 어느새 국악의 미래로 훌쩍 성장했다.

“한 가지라도 제대로 하라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여러가지 실험을 통해 시너지를 얻을 수 있잖아요. 왜 외국 예술인의 장르 교차에 대해서는 감탄하면서 국내 예술인에게는 냉혹한거죠?” 화장기 없는 말간 얼굴 만큼이나 솔직한 그다. 다양한 채널로 대중과 소통하고 있지만, “국악기로 교향곡을 연주하고, 판소리 창법으로 오페라 아리아를 부르는 식의 크로스오버는 의미없고 억지스럽다”고 거침없이 말한다.

이자람은 요즘 새로운 실험을 준비하고 있다. 11월 30일~12월 2일 정동극장에 올리는 판소리극 <사천가> 가 그 대상이다. 브레히트의 <사천의 선인> 을 각색한 <사천가> 에서 극작과 작창, 음악감독을 맡았고, 해설자로서 극을 이끌어간다.

착하게 살고 싶어하는 창녀 셴테는 실업자 뚱녀 순덕이로, 날지 못하는 비행사 양순은 소믈리에 지망생 견식으로 바꿔 한국의 현실을 반영했고, 세 신(神)은 기독교와 불교, 유교의 사제로 설정해 종교인들을 풍자했다.

그는 “연극에 판소리를 끌어온 것이 아니라, 판소리 완창에 막간극 형태로 배우들을 들여온 것”이라면서 “선생님들께 욕도 많이 먹을 것 같다”고 했다.

이자람은 지난 5월 <수궁가> 를 완창했다. 8시간짜리 <춘향가> 를 완창해 최연소 최장시간 판소리 공연으로 기네스북에 오른 1999년 이후 8년만의 완창 무대였다.

스승의 권유로 했던 <춘향가> 와 그 이전의 <심청가> 완창 때와 달리 <수궁가> 완창은 스스로의 바람에 의한 것이었다. 어린 나이에 완창을 준비하며 혹독한 외로움을 느꼈기에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던 그였지만 5년간 활동하던 국악뮤지컬집단 타루를 나온 2006년, 오정숙 명창을 찾아갔다.

“오랫동안 전통을 활용한 다른 것만 하다 보니 갈급한 것이 전통이더라구요.” 그는 “소리꾼이 판을 운영하면서 관객의 추임새를 받아서 즉흥적으로 펼쳐내는 판소리는 어떤 장르보다 자유롭다”면서 “대중보다는 음악에 대한 고민이 우선이다. 진실을 가지고 시대를 바라본다면 대중은 자석처럼 따라올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의 다음 행보는 다시 예상을 훌쩍 벗어난다. 내년 봄 국제현대무용제에 안무가 박영준의 작품에 무용수로 참여한 뒤 독일로 간다. 독일 극단에서 판소리 오페라를 만들자는 제안을 받아 베를린 쉴러 극장에서 내년 7월 베버의 <마탄의 사수> 를 각색한 <마탄의 사수가> 를 올릴 예정이다.

간 김에 4, 5개월간 유럽을 돌며 판소리도 하고 기타도 치고 춤도 추는 거리 공연을 하다 올 생각이란다. “탑골공원에서 판소리를 하다 유적지에서 시끄럽게 한다고 쫓겨났어요. 인사동에서도 장사에 방해된다고 항의를 받았구요. 유럽에 가면 집시가 돼서 돌아올지 않을지도 몰라요. 하하하.”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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