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선자 지음 / 책세상 발행ㆍ544쪽ㆍ2만5,000원
지난 4월 중국 허난성 정저우시 근교 야산에는 중국판 ‘큰 바위 얼굴’의 제막식이 열렸다. 야산을 통째로 깎아 만든 석상의 모델은 오제(五帝)의 한명인 군신 황제(黃帝)와 삼황(三皇)의 한명인 농경신 염제(炎帝)다.
석상의 코 길이만 8m가 넘고 높이는 106m가 넘는다. 미국 사우스다코타주 러시모어산 큰 바위 얼굴은 물론이고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보다도 8m가 높은 세계 최고(最高)의 석상이다.
중국신화 전공자로 연세대에서 동아시아 신화와 중국 인문지리를 강의하고 있는 지은이 김선자 박사는 중국의 젖줄로 여겨지는 황하를 굽어보고 있는 이 거대한 염황석상을 바라보며 전율을 느꼈다.
신화 속 인물인 염황을 민족의 시조로 역사화함으로써 민족의 결속을 다지고 강대국으로서의 위상을 다지겠다는 중국의 노골적인 의도를 읽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엄청난 물적ㆍ인적 자원을 동원, 황제를 중심으로 신화 속의 인물들을 부활시켜 영웅만들기에 몰두하고 있는 중국 방방곡곡을 찾아다닌다. 허난성의 염제상을 비롯, 허허벌판에 급작스럽게 지은 염제와 치우를 기리기 위해 세운 중화삼조당, 수렵과 어로를 가르쳤다는 허난성의 대형 복희씨상 등을 답사한다.
우려는 자연스럽게 2001년 마무리된 하상주(夏商周) 단대공정, 이어지는 중화문명 탐원공정 등으로 향한다.
두 프로젝트는 사마천이 서주 공화원년(BC 841)을 중국사의 기준으로 삼은 이래 3,000년 이상 유지돼왔던 2,600년의 중국사를 5,000년 이상으로 끌어올리려는 ‘상고사 끌어올리기’ 프로젝트이기 때문.
그것은 고고학 프로젝트가 아니라 노골적인 정치프로젝트라는 것이 저자의 견해다. 20세기 초반 중국의 민족주의는 저항적 민족주의로 볼 수 있지만, 국가가 부추기고 있는 최근의 중국의 민족주의와 애국주의는 미국의 패권주의나 일본의 군국주의와 무엇이 다르냐고 묻고 있다.
“이러한 작업은 기원에의 집착이라고 본다. 오래된 역사가 화려한 미래를 보장한다는 입장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며 “신화의 공간에서 불려나와 역사 속으로 들어온 이들을 다시 신화의 공간으로 돌려보내는 일에서 동북아 평화 만들기가 시작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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