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나자마자 수험생들은 혼란에 빠졌다. 올해부터 수능 점수를 9개 등급으로만 나눠 통지하게 되면서 입학가능 대학을 예측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예년과 달리 벌써부터 각 입시학원들의 논술 강의는 수험생들로 넘쳐 난다. 어느 때보다 논술과 면접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탓이다.
특히 자연계의 경우 수리 ‘가’ 난이도가 낮아 변별력을 얻기 힘들 것으로 보이는 데다, 논술고사를 도입한 대학들이 대폭 늘어 논술에 전력 투구해야 할 상황이다.
올해 대입의 좁은 문을 통과한 신용섭(19·서울대 법학부 1년)ㆍ홍순권(18ㆍ서울대 법학부 1년)씨와 김수영(20ㆍ서울교대 초등교육과 1년)씨는 “수능 결과가 신통치 않아도 논술을 준비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어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후배들에게 조언했다.
■ 신문 잡지를 탐독하라
이들은 “신문과 잡지가 논술 대비 자료로 상당히 유용하다”고 입을 모았다. 지금부터라도 신문의 사설과 시사성 강한 기사를 꼼꼼히 챙겨보면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김씨는 “하나의 사안에 대해 각각 다른 입장을 표명한 사설을 읽다 보면 논리력과 사고력은 저절로 키워진다”며 ‘사설 예찬론’을 펼쳤다. 홍씨는 “평소 신문을 꾸준히 읽었다”며 “사회 비판 능력을 키우는 데 제격”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또 “사설 뿐만 아니라 각 신문의 논술 예제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신씨는 “평소 사설은 가끔 봤지만 신문의 논술관련 기사는 꼭 읽으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언어와 사회탐구영역과 관련된 교과과정도 무시해서는 안 된다. 대부분 대학은 고교 수준에 맞는 논술 주제를 선정해 출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나 학원에서 교과내용을 요약해 배부한 인쇄물을 틈틈이 일독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김씨는 “교과 요약 인쇄물을 틈나는 대로 읽었다”며 “특히 사회 과목이 논술 작성에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 생활 리듬 유지를
수능이 끝났다지만 일정한 생활리듬을 유지해야 한다. 논술고사는 주로 오전부터 치러져 적절한 컨디션 유지가 필요하다. 수능 때보다 여유를 가지고 준비한다 해도 음주 등은 멀리하는 게 좋다. 김씨는 “최소 이틀 전부터 논술 시간에 맞춰 기상과 취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적절한 긴장감을 갖는 게 필요하지만 지나치면 오히려 독이라는 지적도 있다. 신씨는 “시험장에서 너무 긴장해 준비한 자료들을 두서 없이 뒤적거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차분하게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각 학교별 시험의 특징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연필 대신 볼펜으로 시험을 치러야 하는 대학의 경우 해당 대학이 요구하는 교정부호도 미리 숙지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 고심해 서두를 작성해야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듯 서론을 잘 써야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다. 서론에서 지나치게 축약된 내용을 담으면 본론과 결론에서 전개할 논리가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제시문을 받은 후 한 시간 가량은 개요를 작성해 생각을 정리한 후 논술 작성에 들어가는 것이 좋다.
지나치게 문장에 멋을 내는 것보다 핵심 단어를 정확하게 거론해 글을 써야 한다. 홍씨는 “한정된 분량 안에서 자신의 생각을 담는 게 중요하다. 중요하지 않은 내용을 장황하게 풀어내면 좋은 점수를 얻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홍씨는 “서론과 본론, 결론을 작위적으로 나누면 감점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족집게 과외 큰 도움 안 돼
이들은 “학원의 논술강좌가 적지 않은 도움이 되는 것은 맞지만 ‘족집게 논술 과외’의 효과는 별로 없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1대1 첨삭지도로 기술적인 면을 가르쳐 줄 수 있다 해도 사고력은 자신의 몫”이라고 말했다.
홍씨는 “족집게 과외는 암기식으로 가르쳐 별 도움이 못 된다”고 잘라 말했고, 신씨도 “실제 논술주제가 너무 생소해 진땀을 뺐다”며 “제시문을 충실히 읽고 자기 생각을 담는 게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족집게 과외에 의존하기보다 각 대학들의 기출문제를 개별적으로 푸는 것이 훨씬 효과적인 방법이다. 신씨는 “주요 대학의 기출문제를 모두 구해 하루에 2개꼴로 풀었다”며 “학교 선생님께 첨삭 지도를 요청하는 것도 좋은 대비법”이라고 소개했다. 김씨는 “기출문제를 풀 때는 실제 시험처럼 시간 배분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