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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 회담도 반미-친미국 양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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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 회담도 반미-친미국 양분

입력
2007.11.22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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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수출국기구(OPEC) 내부에서 베네수엘라, 이란 등 반미 강경파 국가와 사우디 등 친미 온건파 국가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17일부터 이틀간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OPEC 정상회담은 18일 발표한 선언문에서 원유를 "신뢰할 만큼 충분히 공급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12개 회원국 중 리비아와 인도네시아를 제외한 정상 모두가 참가한 이번 회의는 OPEC 창설 47년 역사 중 세 번째로 정상들이 모인데다,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로 치솟는 상황에서 열려 많은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개막연설에서부터 정상들간 노골적인 신경전으로 달아올랐고, 특히 '달러 약세'에 대한 대응을 둘러싼 각국간 입장차가 상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개막 연설에서 대표적 반미 지도자인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미국이 미쳐서 이란을 공격하거나 베네수엘라를 침략하면, 원유가는 배럴당 150달러, 심지어 2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이란에 대한 위협을 두고 "모든 침략 뒤에는 석유 문제가 깔려 있다"며 "OPEC이 능동적인 지정학적 기구가 되어 강대국의 위협을 중단하도록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OPEC 정상회의 의장인 사우디의 압둘라 국왕은 "석유는 분쟁의 도구가 아닌, 개발의 도구가 돼야 한다"며 석유의 정치 무기화에 선을 그었다.

이 같은 신경전은 앞서 16일 열린 각료 회의에서도 확인됐다. 회원국의 외교ㆍ재정ㆍ석유 장관들이 모인 각료 회의는 당초 비공개였지만, 실수로 CCTV를 통해 기자실로 30분 동안 실시간으로 방송되는 해프닝이 벌어진 것. 회의에서 이란과 베네수엘라측 장관은 정상회담 선언문에 달러 약세에 대한 우려를 담을 것을 요구했지만, 사우디 외무장관인 사우드 알 파이잘 왕자는 "달러화 폭락에 직면할 수 있다"고 거부했다.

달러 약세에 대한 언급이 자칫 원유 거래의 기축통화 변경을 시사한 것으로 받아들여져 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란과 베네수엘라는 고유가의 배경으로 달러 약세를 지목하며 아예 원유 기축통화를 달러 대신 다른 통화로 바꿀 것을 주장해왔고, 이란은 이미 원유 거래의 상당 부분을 유로화와 엔화로 결제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적 문제와는 별도로 인플레이션 등 경제적 문제 때문에 회원국 상당수가 달러 약세에 대한 우려에 공감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아랍에미리트 연합은 최근 달러화에 연동된 고정환율제인 '페그제'를 폐기할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OPEC 정상회담 선언문은 달러 약세에 대한 직접적 언급을 자제한 대신 "일부 국가 정상의 제안을 포함해, 회원국 사이에 금융 협조를 늘리는 방안을 연구할 것"이라는 문구를 삽입했다.

갈등은 일단 봉합됐지만, 미국을 둘러싼 회원국간 이해 관계가 점점 상이해지고 있다는 점이 여전한 불씨다. 이란ㆍ베네수엘라의 입김이 강화할 경우 OPEC도 반미국과 친미국간 갈등으로 내분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서방 언론들은 분석했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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