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이틀의 비행 이동과 시차를 극복하는 적응력. 장거리와 단거리 경기를 연달아 치러내는 강철 체력. 출전 전 종목을 석권하는 다관왕 능력.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갈 정도다. 상식을 파괴한 '무한 도전 과제'를 정해놓고 차례로 정복해 나가는 느낌이다.
'마린보이' 박태환(18ㆍ경기고)이 15일 새벽(한국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국제수영연맹(FINA) 2007경영월드컵(쇼트코스) 5차 대회 이틀째 경기에서 자유형 1,500m와 200m를 또 휩쓸었다. 지난 2,3일 호주에서 열린 3차 대회에 이어 2개 대회 연속 3관왕(200m, 400m, 1,500m)이다.
지난달 말 한국에서 호주로 출국, 호주 대회를 마친 직후 곧바로 스웨덴으로 이동한 박태환. 시드니-인천-프랑크푸르트-스톡홀름으로 이어지는 1박2일 간의 비행을 했고 9시간의 시차를 극복한 그다.
섭씨 25도를 넘나드는 호주 시드니에서 눈 덮인 영하의 스웨덴 스톡홀름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몸에 무리가 갔을 법도 하다. 대회 당일에는 1,500m 결선을 치르고 단 8분을 쉰 뒤 200m에서 다시 역영을 펼쳤다.
박태환의 이날 우승 기록은 각각 14분36초42(1,500m)와 1분43초87(200m). 시드니 3차 대회에서 기록한 자신의 1,500m 우승 기록(14분49초94)보다 무려 13초 이상을 줄였고, 200m에서는 2위 파울 비더만(1분45초39·독일)을 1초52 차로 월등히 앞섰다.
박태환의 훈련 스케줄을 총괄하는 스피도의 손석배 팀장은 "일반인과 같은 수준으로 생각하면 안된다. 피로를 없애는 젖산 회복 능력이 일반인에 비해 탁월한 수준이다"며 "거기에 근성 역시 워낙 뛰어나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태환이 1,500m와 200m 결선을 단 8분 간격으로 치렀다는 사실에 많은 팬들은 '어떻게 대회 조직위는 그런 스케줄을 짤 수가 있나'라는 의문을 제기한다. 이에 대해 한 수영 관계자는 "1,500m와 200m 두 종목에 출전 등록을 하는 선수 자체가 없다. 대회 조직위 측에서도 (박)태환이의 두 종목 석권을 상상치도 못했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세계 수영사에 전례가 없는 '상식 파괴'를 일궈내고 있는 박태환. 그는 또 한 번의 '상식 파괴'를 위해 독일 베를린으로 이동해 17,18일 경영월드컵 6차 대회에 나선다.
허재원 기자 hooa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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