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산을 대표적인 관광상품으로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가 지지부진하다. 서울시가 취약한 접근로를 개선하고 즐길 거리를 늘려서 관광객 1,200만 시대를 여는 핵심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대부분 용두사미가 되고 있다. 타당성과 현실성도 검토하지 않은 채 의욕만 앞세웠던 결과이다.
시는 지난해 11월 남산 접근 보행로를 개선해 도심 속의 ‘섬’으로 전락한 남산을 시민들의 품에 돌려주겠다며 보행로 개선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대로라면 10월에 소파길과 소월길의 보행로 공사가 시작돼야 하지만 아직 설계도조차 마련되지 않은 실정이다.
시는 왕복 4차로 중 2개 차로를 보행로로 조성해 남산공원 진입을 원활히 하고, 한강과 용산공원을 조망할 수 있는 조깅코스로 활용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주민들이 반발하는데다 경찰까지 난색을 표하고 있어 답보상태다.
시 관계자는 “5월부터 서울지방경찰청과 3차례에 걸쳐 협의했지만 교통량 분산 등의 문제로 차로 축소에 매번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함께 진행될 예정이던 하얏트호텔 앞 육교철거, 힐튼호텔 주변 교통체계 변경, 명동역-남산케이블카 승강장 구간 경사형 엘리베이터 설치, 백범광장 개선 사업도 발이 묶여 있다.
또 역사, 문화ㆍ예술, 엔터테인먼트 등의 콘텐츠를 더해 서울의 대표적 관광명소로 만들겠다던 계획도 구체화된 게 없다. 팔각정 봉수대 근처에 조선시대 무기를 전시하겠다던 계획이 대표적이다. 변방의 긴급 사태를 중앙에 알리기 위해 설치된 시설인 만큼 시는 봉수대 주변에 총통과 화포 등의 무기를 전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서울시문화재위원회가 5월 초 “무기들이 봉수대와 어울리지 안는다”며 계획을 부결시키는 바람에 없었던 일로 됐다.
남산의 아름다운 풍광을 부각시키기 위해 남산을 ‘빛의 박물관’을 꾸미기로 한 계획도 흐지부지한 상태다. 생태계 교란 등의 문제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시 관계자는 “고온이 발생하는 일반 투광기 대신 발광다이오드(LED) 이용하고, 연말께 팔각정 광장에 물과 불을 컨셉트로 한 조명 예술작품을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지만, 언제 될 지 모른다.
이밖에 일본 도쿄타워 관광객과 실시간 대화를 할 수 있는 N서울타워의 화상통화시스템 설치, 전망대 외벽을 걸을 수 있는 공중걷기(sky walk)체험 시설도 1년 넘게 ‘검토중’이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지난해 오세훈 시장이 들어서면서 ‘일단 터뜨리고 보자’는 식으로 계획을 발표해 결과적으로 시정에 대한 시민의 불신만 키웠다”이라고 지적했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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