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오래된 성서 ‘사해사본’이 이스라엘에서 발견된 지 60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에 온다.
1947년 염소를 찾던 베두인족 목동에 의해 우연히 발견돼 1956년까지 사해 서안 쿰란 지역의 11개 동굴에서 발굴된 사해사본은 이집트에서 발굴된 ‘나그 함마디 문서’와 함께 20세기 성서고고학의 최대 발견으로 꼽힌다.
BC 250년에서 AD 68년 사이에 쿰란 지역 유대인 공동체에 거주하던 사람들에 의해 쓰여진 사해사본 가운데 진본 5점과 AD 4~6세기 이집트 나일강 서쪽 옥시링쿠스에서 제작된 신약 파피루스 등 진귀한 그리스도교 유물을 볼 수 있는 ‘사해사본과 그리스도교의 기원’전이 12월 5일~내년 6월4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열린다.
사해사본을 관리하는 사해사본재단과 요르단문화재청, 프란체스칸 박물관, ㈜익슬란 등이 주최하고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천주교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 굿네이버스 등이 후원하는 이 전시회에는 800여점의 그리스도교 유물이 전시된다.
사해사본에는 크게 세 종류의 문서가 있다. 우선 구약성서 사본으로 그 이전의 알렙포 사본(925년경)과 레닌그라드 사본(1008년경)보다 1,000년 이상 앞선 가장 오래되고, 가장 완벽한 사본이다.
두 번째로는 구약성서와 신약성서 중간 시기에 만들어진 히브리어와 아람어로 된 외경과 위경 사본이다. 세 번째로는 쿰란 지역 동굴에서 공동체를 이루며 거주하던 에세네파 유대인들이 만든 사본이다.
이 사본들은 발굴 당시 목동들과 골동품상의 손을 거쳐 이스라엘과 요르단, 프랑스, 네덜란드 등의 정부와 박물관에 흩어져 소장되고 있다. 이번에 한국에 전시되는 사본은 요르단 문화재청이 소유하고 있는 진본 5점과 진본을 그대로 복원한 팩시밀리 3점 등 8점이다.
진본 5점은 고대 히브리어 출애굽기 사본 (4QpalesExod), 전도서 사본 (4QQoha), 이사야서 주해서(4Q162), 회중규칙서(1Qsa), 증거집 (4QTesimonia) 등이다.
이 중 회중규칙서는 당시 쿰란 공동체의 생활, 조직 등을 규정한 규칙서이며, 증거집은 구약성서의 예언자, 메시아 등 종말론적인 인물들을 다룬 문헌으로 예수 이전이나 당시 유대인의 메시아사상을 알려준다. 팩시밀리 3점은 이사야서 사본, 메시아에 관한 규칙서, 하박국 주해서 등이다. 구약성서 사본은 1,000년 후의 사본들과 놀라울 정도로 내용이 일치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사해사본 외에도 예수 당시 초기그리스도교의 역사를 알 수 있는 베들레헴과 예루살렘 등 주요 성지 유물, 쿰란 공동체 유물, 비잔틴 시대의 대형 모자이크 지도인 마다바지도(가로 16m 세로 6m) 등이 원형 그대로 또는 복원 전시된다.
송창현 신부(대구가톨릭대 성서학 교수)는 “이번에 전시되는 사본들은 성서 뿐만 아니라 성서의 배경이 되는 유다이즘 연구에 중요한 사료들로 국내의 예수와 초기그리스도교 연구에 매우 중요한 전시회가 될 것”이라면서 “신자나 일반인들도 가장 오래된 성서 사본을 직접 봄으로써 성서가 어떻게 형성, 기록되었는지를 알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 신부는 특히 당시 쿰란 공동체에 살았던 사람들의 생각, 생활상 등을 통해 예수 당시 유대인들의 사상과 생활, 예수 메시지의 독창성 등을 더 잘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시회와 함께 사해사본과 성서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들이 여는 세미나가 12월 10~14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구약성서 비평의 세계적 권위자이며 사해사본 공식판 출판의 책임자인 엠마누엘 토브(이스라엘 히브리대학교 성서학과 교수), 고문서학자이며 쿰란 전문가인 에밀 퓌에시(예루살렘 성서고고학 연구소 교수), 사해사본 재단 책임자인 웨스톤 필즈, 사해사본 연구소 책임자인 피터 플린트, 브루스 쥬커만(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종교학 교수) 등이 ‘성서의 사해사본’ ‘사해사본과 예수의 가르침’ ‘사본은 어떻게 발견되었으며 보존되었는가’ 등을 주제로 강연한다.
또 민영진 대한성서공회 총무, 송창현 신부, 김정우(총신대), 장흥길(장로회신학대), 배철현(서울대), 김창선(루터대), 김판임(세종대), 민경식(연세대) 교수 등이 사해문서와 쿰란 공동체에 관한 강의를 진행한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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