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뒤 13일째 전국적인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 파키스탄에서 15일 처음으로 시위 중 사망자가 발생해 정국이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파키스탄 경찰은 이날 남부 항구도시 카라치에서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의 가택연금에 항의하는 시위 도중 시위대 쪽에서 총기가 발사돼 11, 12세 가량의 소년 2명이 숨졌다”며 “이 소년들은 또래의 아이들 틈에 섞여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위를 주도한 부토 전 총리의 파키스탄인민당(PPP)은 "당원들이 평화적인 시위를 벌였고 그런 사건에 연루되지 않았다”며 시위대가 발포했다는 경찰의 주장을 일축했다.
비상사태 해제를 요구하는 시위는 이날도 파키스탄 전역에서 벌어졌다. 펀자브주(州) 라호르에서는 전날 테러 혐의로 투옥된 크리켓 스타 출신 정치인 임란 칸을 지지하는 대학생 3,000여명이 모여 “칸은 파키스탄의 영웅”이라고 외치며 즉각적인 석방을 요구했다.
라호르에서 가택연금 중인 부토 전 총리는 “내년 총선 이전 무샤라프 정권을 대체할 국가통합 정부를 구성하겠다”고 밝힌 뒤 이를 위해 모든 야권이 단합할 것을 촉구했다.
부토 전 총리는 “통합정부 구성을 위한 국민적 공감대를 만들어야 한다”며 “사우디 아라비아에 망명중인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를 비롯한 야권 지도자들과 직간접적으로 이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부토 전 총리는 그러나 통합정부를 누가 이끌 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파키스탄 정부는 15일 대통령과 의회의 임기가 만료됨에 따라 내년 총선까지 국정을 수행할 과도정부를 구성키로 결정했으며, 곧 이에 대한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국영방송이 이날 보도했다. 과도정부 수반인 임시총리에는 모하메드 미안 숨로 상원의장이 임명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또 비상사태 선포 이후 내려졌던 민영 방송사들에 대한 보도통제를 풀고, 케이블 TV 채널에서 사라졌던 CNN과 BBC 등 서방 채널을 복원시켰다.
무샤라프의 측근인 세이크 라시드 아메드 철도장관은 “(방송사들이) 미디어 규제법을 존중한다고 약속했다”고 말해 방영 허용조치 이전 방송사측과 조율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일선 언론인들은 “사주와 정부 간 맺은 협약은 편집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이것이 철회되지 않으면 집단 사직 등 강력히 저항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황유석 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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