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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파키스탄 핵통제 어쩌나" 속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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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파키스탄 핵통제 어쩌나" 속앓이

입력
2007.11.22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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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파키스탄의 혼미한 정세로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의 입지가 흔들리는 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것은 파키스탄이 대 테러전의 동맹국이란 점 때문만은 아니다. 1998년 인도와 함께 전격적으로 핵실험을 강행한 이후 핵확산방지조약(NPT) 체제 밖에서 핵 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은 파키스탄의 군부가 정정 불안의 와중에 핵무기의 안정성, 비확산을 담보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 미국 정부가 내심 가장 초조해 하는 부분이다.

미국 정부는 2001년 9ㆍ11 테러 이후 지금까지 무려 100억 달러를 군사적 명목으로 파키스탄에 지원해 왔는데, 이중 1억 달러를 핵무기 안정 및 보안에 관한 비밀 프로그램에 투입해 왔다고 뉴욕 타임스가 18일 보도했다.

문제는 미국 정부가 천문학적인 자금을 지원했는데도 파키스탄의 핵 프로그램을 현실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지렛대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지금 미국 정부 내에서 뜨겁게 논란을 빚는 것 중 하나도 “1억 달러의 돈의 용처가 무엇인지, 비밀 프로그램이 성취한 것은 무엇이고 성취하지 못한 것은 무엇인지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미국이 파키스탄에 돈주머니 역할만 했지, 실제 파키스탄 군부와 핵무기에 관한 어떤 정보도 공유하지 못할 정도로 대 파키스탄 핵 정책이 부실했다는 것이 비판의 요지이다.

파키스탄 핵 안전에 대한 불안은 파키스탄과 미국 정부 모두 자국의 핵 정보가 상대방에 공개되는 것을 극도로 꺼린 데서 비롯된 측면이 가장 크다.

파키스탄 군부는 미국으로부터 각종 첨단 핵 탐지장치를 지원받으면서도 여기에 스파이 장비인 ‘킬 스위치(kill switch)’가 은밀히 장착돼 있지 않을까 하는 점을 끊임없이 의심해 왔다. 킬 스위치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미국 정부가 자의적으로 파키스탄 핵무기를 무장 해제할 수 있는 장비를 말한다. 파키스탄 군부가 미국과 핵 기술 공유를 극도로 꺼린 것은 미국의 핵 프로그램 지원이 핵 주권의 상실로 이어지는 것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었다.

미국 정부 역시 ‘PALS(Permissive action links system)’를 파키스탄과 공유하기를 거부한 과거의 정책으로 도마에 올라 있다. 특정 암호나 인가 없이는 기폭을 불가능하게 하는 이 최첨단 시스템을 미국 정부는 핵심 핵기술 유출을 우려해 파키스탄 이전을 거부했다.

프랑스 러시아 등에는 제공했던 이 시스템을 파키스탄에는 거부한 이유로 미국은 파키스탄의 법 규정 미비를 내세웠다. 그러나 실제로는 민감한 핵 기술을 공유할 정도로 파키스탄이 신뢰할 만한 상대가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결국 파키스탄 핵 프로그램의 안정과 비확산이라는 목표로 양국이 한 배를 탄 듯 했지만, 실제는 믿음이 결여된 껍데기 공조였다는 것이 파키스탄 사태를 통해 드러난 셈이다.

황유석 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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