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22일로 취임 2주년을 맞는다. 메르켈 총리는 ‘독일의 대처’ 라는 별명답게 취임 초기 경기 회복을 주도하고, 국제무대에서는 자신감 있는 외교 행보로 ‘동독 출신 첫 여성 총리’라는 데서 오는 일부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그러나 집권 중반에 접어들면서 사정은 달라지고 있다.
메르켈의 우파 기민당(CDP)과 함께 대연정을 구성하고 있는 사민당(SPD)이 중도 노선에서 탈피해 좌파 노선으로 급선회하고, 대연정의 산파 역할을 했던 프란츠 뮌테페링 부총리가 사임하면서 메르켈도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시험대에 올랐다.
경제ㆍ외교에서는 성공
메르켈 총리는 취임 초기 부가세율 인상 등 강력한 개혁정책을 추진해 국민의 반발을 샀다. 그의 지지율은 2005년 총선 당시 35%에서 지난해 말에는 20%대로 떨어졌다.
그러나 국내경기가 회복하면서 메르켈의 지지율은 다시 올라갔다. 취임 직후 고령화, 연금, 의료보험 제도를 현실에 맞게 개혁했고 퇴직연령을 65세에서 67세로 연장했다. 부가세율 인상도 국가재정을 건전하게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 결과 독일의 경제성장률은 2005년 0.9%에서 지난해 2.7%로 뛰어올랐다. 올해도 2.6%로 2%대를 유지했다. 취임 직전 12%이던 실업률은 올해 9%대로 감소했으며 경상수지 흑자는 지난해 1,166억유로(약 146조원)를 기록, 2년 연속 1,000억유로를 넘어섰다.
메르켈 총리는 독일이 올해 유럽연합(EU)과 G8 의장국이란 점을 십분 활용, 국제무대에서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EU에서 EU헌법안을 미니조약으로 대체시켜 정치통합의 새 전기를 마련했고 미국의 동유럽 미사일방어(MD) 기지를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의 갈등을 중재하면서 국제 지도자의 면모를 과시했다.
대연정 유지 여부가 관건
문제 없을 듯 싶었던 메르켈 총리의 장미빛 행로는 대연정 파트너인 사민당에서 암초를 만났다. 사민당은 지난달 말 전당대회에서 좌파 성격을 강화하고 사회적 연대를 강조하는 강령을 채택하면서 고령 실업자의 확대와 철도 민영화 재검토를 결의했다.
사민당이 좌파 노선으로 급선회한 것은 대연정 이후 하락하는 지지율 때문. 9월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사민당의 지지율은 27%로 기민당의 39%에 크게 뒤졌다. 사민당 내에서는 기민당의 중도 보수적인 정책에 끌려갈 경우, 내년 주의회 선거와 2009년 총선에서 참패한다는 우려가 높다. 사민당은 당 정체성 회복과 지지율 확보를 위해서라도 이 방안을 계속 밀고 나갈 태세다. 이 때문에 양 당은 최저임금제, 건강보험 개혁, 상속세법 개정 등에서 첨예하게 맞서 대연정이 곧 붕괴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13일 사임을 발표한 뮌테페링 부총리의 공백도 메르켈 총리에겐 부담이다. 뮌테페링은 사민당 내 온건파로 게르하르트 슈뢰더의 전 총리의 개혁노선을 메르켈이 계승하도록 하는데 기여했다. 내년 독일 경제성장률이 1.9%로 올해보다 둔화할 것이란 발표도 메르켈 총리에겐 악재다. 개혁을 둘러싼 사민당과의 반목 해결이 메르켈의 남은 임기를 좌우할 성패가 될 전망이다.
김회경 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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