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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떡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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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떡값

입력
2007.11.22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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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떡값’으로 시끄럽다. 과연 그랬다면 일 년 열두 달 떡만 먹어도 다 못 먹었을 것이라는 얘기가 사람들 사이에 떠돈다.

하기야 줬다는 자와 안 받았다는 사람이 서로 경합하고 있으니 우리 같은 보통사람으로서야 무엇이 진실인지 알 수 있겠는가. 하여, 생각이 나는 것이 떡값 사촌들이다.

얼핏 떠오른 것이 다들 아실 만한 촌지다. 寸志. 손가락 마디처럼 짧은 뜻이라는 얘기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보면 ‘마음이 담긴 작은 선물’이라고 돼 있다. 촌심(寸心), 촌의(寸意), 촌정(寸情)이라고도 한다.

■그 다른 표현이 미성(微誠)이다. 미미한 정성이라는 뜻이다. 미의(微意)라고도 한다. 남에게 의례적인 물품을 보낼 때에 쓰는 말로 미지(微志), 미충(微衷)이라고도 한다. 촌지나 미성, 미의가 현대화하면서 동시에 구닥다리 냄새를 풍길 때 거마비(車馬費)라고 한다. 수레 타고 말 타는 비용(교통비)을 드린다는 얘기다.

이런 뜻을 당사자가 외국에 나갈 때면 장도(壯途)라고 적는다. 대단한 길에 올랐다는 것인데 대개 놀러 가는 경우여서 글자 뜻 자체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이렇게 받은 정성은 꼭 저 혼자 먹는 게 아니다. 나눠 먹어야 탈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긴 말이 전목일구. 田은 갈래가 네 개이니 내가 하나를 먹고 상급자와 차상급자, 차차상급자에게 한 몫씩 올려드린다는 얘기다. 目은 그 상급자가 상납 받은 것이니 제가 상납할 몫은 상급자와 차상급자밖에 없다. 日은 상급자에게만 바치면 되는 자이다.

口는 저 혼자 꿀꺽하면 되는 위치에 있는 분이고…. 요즘 젊은 사람들은 이런 식의 ‘투봉’을 받아본 경험이 별로 없을 것이다. 받은 뇌물을 일부 떼어 윗분께 바치는 상납(上納)의 아름다운 풍속(美風)과, 아랫사람한테 받은 뇌물을 다시 아랫것들에게 나눠주는 하사(下賜)의 좋은 습관(良俗)이 사라진 지는 이미 오래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게 선진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원래 대충, 주는 사람은 “저기, 이거 얼마 안 되지만 제 성의라고 생각하시고…”라고 해야 한다. 받는 사람은 뭔가 겸연쩍어 하면서 “아니, 이러시면 제가 곤란하지요…”하고 몇 번 빼야 한다.

그러면 뇌물 제공자는 “아, 이러시면 제 손이 부끄럽습니다”하면서 우격다짐으로 찔러 넣는다. 당연히 받는 사람은 더 못 이기겠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이래야 하는데, 지금은 아예 법인카드를 던져 준다니 더 할 말이 없다.

이광일 논설위원 ki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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