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19일 창업자인 고 이병철(사진) 회장의 20주기를 맞는다. 다음달 1일이면 이건희 회장의 취임 및 신경영도 20주년이 된다.
지난 20년간 삼성은 그룹 자산이 20배 이상 늘어나면서 국가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등 부동의 재계 1위를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공화국’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데다, 경영권 승계 문제도 미해결 상태로 있다는 점에서 적지않은 과제가 남아있다.
삼성그룹 신경영 20년 성과는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한 것으로 집약된다. 국내 가전업체에서 반도체, 휴대폰, LCD TV 시장에서 세계 1, 2위를 달리는 초 일류 기업으로 부상했다.
자산은 창업주가 타계한 1987년의 11조5,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261조원으로 23배, 매출은 17조4,000억원에서 151조7,000억원으로 8배 늘어났다. 경상 이익 또한 2,700억원에서 14조2,000억원으로 71배, 수출은 11억 달러에서 663억 달러로 60배 증가했다.
그룹 매출은 국내총생산(GDP)의 6분의 1, 수출은 국가 전체수출의 21%를 차지한다. 연간 85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그룹 대표주자인 삼성전자는 매출의 84%인 71조원을 해외에서 벌어들인다.
그룹 지사 및 법인, 사무소는 총 66개국 445개에 이르며 고용인력 또한 국내 16만600명, 해외 9만2,000명이다.
이 같은 성장세는 해외 언론에서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2005년에 이건희 회장을 가장 존경받는 경영인 47위로 뽑았으며, 포춘지는 올해 존경받는 기업 34위, 월스트리트저널 아시아판은 존경받는 다국적기업 13위로 각각 선정했다.
하지만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반 삼성’ 분위기 또한 넘어야 할 산이다. 그룹 실적이 국가 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정ㆍ재계에 유력인사를 배출하거나 법조, 언론계에서 주요 인사들을 영입해 정책과 여론 형성에 영향을 미치면서 제기된 ‘삼성 공화국론’이 이를 대변한다.
2000년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 발행, 안기부 ‘X파일’ 사건 등도 이 같은 기류를 더욱 확산시켰다. 삼성은 지난해 ‘2ㆍ7 선언’을 통해 이 회장 일가의 사재 8,000억원을 사회에 환원하는 등 그룹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해소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최근 김용철 전 법무팀장의 비자금 의혹 폭로 파문이 터져 또 다른 시련의 계절을 맞고 있다.
재계는 이 회장이 그 동안 탁월한 경영성과를 달성했으나 부정적인 여론을 극복하지 못할 경우 경영권 승계구도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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