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인으로서의 제 운명에 감사합니다. 단 한 번도 다른 직업 생각해본 적 없이 늘 글쓰기 걱정, 글쓰기에의 욕망으로 40년 세월을 보냈습니다. 문학을 통해 타인과 공유할 어떤 것을 내놓을 수 있다는 것, 남모를 비밀을 간직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소설가 오정희씨의 환갑과 등단 40년을 맞아 오씨의 자전 에세이와 동료, 선후배 문인들의 글을 모은 기념 문집 <오정희 깊이 읽기> (문학과지성사 발행)가 출간됐다. 오정희>
15일 서울 마포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기념회엔 황동규 정현종 전상국 김치수 황현산 김인환씨 등 문인 70여 명이 참석했다. 오씨 옆엔 부군인 박용수 GTB강원민방 사장과 딸 정기씨가 동석했다.
평론가 김병익씨는 1976년 계간 <문학과지성> 대표로 오씨를 처음 만난 인연을 소개하면서 "존재의 아픔을 치열하게 드러낸 실존주의 작가이며, 두 자녀가 장성할 때까지 자정 넘은 한밤 중에만 글을 쓸 만큼 아내와 엄마로서도 헌신적이었다"고 존경을 표했다. 평론가 오생근씨는 "오정희씨를 보면 '좋게 나이 들어 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알게 된다"고 말했다. 문학과지성>
오씨는 서라벌예대에 재학 중이던 1968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완구점 여인> 이 당선돼 등단한 이래 단편집 <불의 강> <유년의 뜰> <바람의 넋> <술꾼의 아내> <불꽃놀이> , 중편소설 <새> 정도만 출간할 만큼 과작(寡作)하면서 여성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완성도 높은 미학을 선보여왔다. 새> 불꽃놀이> 술꾼의> 바람의> 유년의> 불의> 완구점>
신경숙 공지영 편혜영씨 등 후배들은 그를 '가장 많은 영향을 준 한국 소설가'로 꼽고 있다. 그의 작품은 80년대 후반부터 영어 불어 등 7개 언어로 번역돼 2003년 독일 리베라투르 문학상을 받는 등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기념 문집은 자전 에세이, 김현 김치수 김화영씨 등 평론가가 쓴 작가ㆍ작품론, 선ㆍ후배 문인과 오씨의 두 자녀가 작가의 인간적 면모를 서술한 글 등으로 구성됐다.
오씨가 고등학교 2학년 때 처음 쓴 습작 <노래기> 도 실려 있다. 오씨는 평론가 우찬제씨와의 대담에서 "자술 연보를 쓰면서 드러나는 빈약한 작업량에, 너무 심한 직무유기였구나 하는 자괴감과 자책감이 들었다"면서 "근사한 연애소설도, 동화책도, 추리소설도 쓰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 노래기>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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